왜 우리나라의 판소리를 노래나 성악이라 하지 않고 ‘소리’라고 했을까. 그 출발점이 완전히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노래’라든지, ‘성악’이라든지 이 글자들을 보면 태생이 근원적이 아니라 ‘소리’라는 근원으로부터 파생된 부수적 표현이라는 것을 금방 알수 있다. 노래나 성악이라는 단어는 여러 시대의 문화와 문명을 거치면서 생겨난 진화에 따른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리는 진화된 것이 아니라 원래 자연과 함께 존재했던 자연 그 자체의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비소리, 온갖 짐승의 소리, 사람의 웃는 소리, 우는 소리, 비통해 하는 소리, 비명의 소리 등 사람이 기교적으로 또는 발성, 학술적으로 창출해낸 소리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의 소리를 그대로 사람의 목소리로 옮겨놓은 것이 판소리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판’이라는 뜻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라는 뜻도 있지만, 이 판의 확대 의미는 곧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판, 곧 이 우주의 판을 말한다. 따라서 판소리란 곧 ‘우주의 소리’를 말한다.
이 우주의 소리라는 개념을 우리의 조상님들은 판소리라는 언어로 이미 하늘과 땅의 조화를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판소리는 모든 노래와 성악의 근원이 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서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우리 조상님들의 판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당시 철학이 동반된 완벽한 음의 예술에서 결코 느낄 수 없는 원천적 소리에 압도되어 내 영혼이 전율함 앞에 완전 항복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서양의 위대한 클래식 음악은 우리를 일정한 시대적 규범이 낳은 가치관에 따른 제한적 예술적 도취로 인도한다. 예를 들면 르네상스, 바로크, 클래식, 낭만주의 등.
그러나 판소리는 그 어떠한 규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소리는 소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리는 시대적 감각이나 문화의 흐름을 타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미래학적 측면에서 볼 때에 대한민국은 ‘소리’를 보유한 나라로서 어떤 의미에서 모든 세계의 음악의 종주국이 될 것이다.
‘소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언제나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님들은 그 소리를 결코 그저 쉬운 소리로 지나치지 않으셨다. 그 ‘소리’를 통해 인간의 삶과 희노애락을 풀어냈다. 그래서 그 소리는 그냥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벌이는 ‘판소리’인 것이다. 따라서 판소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소울뮤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영권 / 성프란시스 한인성공회 신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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