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나에게 애창곡이라 할 수 있는 최애 연주곡은 비발디의 ‘사계’다.
사계를 작곡한 안토니오 비발디는 이태리에서 태어나 어려서, 어머니에 의해 신부로 헌신되어 붉은 머리 사제로 불렸다. 사계는 신부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마음에 그림이 그려질 정도의 살아있는 표현력이 놀랍다.
나는 20여년간 미국에서 컨서트 시리즈를 해오며, 챔버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연주자와 함께 계절에 맞춰 콘서트의 인트로로 사계를 연주해 왔다.
바로크 시대의 바이올린협주곡인 사계의 연주 때 내 파트는 통주저음(Basso continuo) 파트였다. 피아노 이전의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라는 악기로 주로 연주했다. 하프시코드는 강약 조절이 거의 안 되지만,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와 챔버 속에 하프시코드는 그 계절의 느낌에 따라 전체 음악에 찰랑찰랑한 빛을 얹어 주는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이 난다
사계의 악보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오선 위 곳곳에 적혀있다. 악보에 적힌 시(소네트)에 봄에는 새의 지저귐과 강아지가 나오고, 여름에는 뻐꾸기와 천둥 번개, 가을에는 풍요로운 수확의 축제와 사냥, 겨울은 난로가의 평화, 얼음길과 이가 딱딱 부딪치는 추위 같은 문구가 세세하게 적혀있다. 특이하게 가을의 2악장은 솔로 바이올린 연주자가 챔버를 함께 하며 하프시코드의 연주로 가을 축제 후 시름을 잊은 달콤한 잠을 묘사한다.
비발디 가을 2악장의 다양한 하프시코드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숨쉬기도 힘들었던 한 해를 잘 버텨온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달콤한 쉼을 선사하기 바란다. 그리고 하프시코드처럼 우리가 다른 이의 삶에 찰랑거리는 빛이 되어 줄 수 있는 멋진 삶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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