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95 50마일 정체 ‘악몽의 밤샘’ 생생한 증언들
▶ 함께 갇힌 음식 배달 트럭 빵·물 기꺼이 나눠주기도

95번 도로에 갇힌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기 위해 배달트럭 운전자가 싣고 가던 빵을 꺼내고 있다. <사진=hsfamilyofbakeries>
버지니아 교통국(VDOT)은 4일 오후 5시 15분, “95번 도로에 갇혀있는 운전자는 이제 더 이상 없다”고 발표했다. 폭설과 빙판길 사고로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던 운전자들은 무려 30시간 만에 극적인 탈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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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내린 폭설로 도로가 마비되면서 일대 혼란이 불가피했다. 미 대륙을 남북으로 가르는 95번 도로는 동부 지역의 가장 중요한 교통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버지니아 프레드릭스버그 인근 50마일 구간이 사고로 꽉 막히게 되면서 영하의 날씨, 도로 위에서 하루 밤을 꼬박 보내게 됐다. 재난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현실에서 재현됐다.
뉴욕에서 온 한 여행객은 “끔찍한 악몽이었다. 차량의 개스도 떨어지고 먹을 것도 식수도 없었다”며 “차 안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동물원 같았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을 태우고 여행에서 돌아오던 한 가족은 “아무 것도 없고 희망도 없었다”며 “춥고 배고픈 것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서로 돕는 ‘인류애’는 95번 도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도로에 갇히게 된 이웃들은 서로 필요한 물품을 교환했으며 배달 트럭 운전자는 싣고 가던 빵이나 생수를 기꺼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추운 겨울밤을 거리에서 보내게 된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불을 밝혔으며 길게 늘어선 차량 사이로 비치는 불빛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따뜻해 보였다고 했다.
친구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한 메릴랜드 주민은 “평소 1시간도 안 되는 거리를 꼬박 하루에 걸쳐 빠져나오게 됐다”며 “주변에 사고 흔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끔찍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통당국은 눈폭풍 예보를 듣고 미리 도로가 얼지 않도록 약품 처리를 하고 대비했으나 눈이 오기 전에 비가 내리면서 도로에 처리된 약품이 씻겨 나가고 이후 눈과 함께 얼어붙어 도로 사정은 더욱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으나 보다 적극적인 제설작업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근 지역의 정전사태로 정확한 피해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망자나 부상자, 차량 충돌 사고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운전자가 없는 20여대의 버려진 차량만이 길가에 남겨져 있을 뿐이다. 30시간 넘게 차량들을 붙잡아 놓았던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와 캐롤라인 카운티 사이의 95번 도로 50마일 구간은 4일 오후 8시부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원활한 통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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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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