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전 러시아 월드컵 은혜 잊지 않아… 깊어진 한류도 한몫
▶ 손흥민 등 ‘월드 스타’ 인기도 탄탄…‘적’보다는 ‘반가운 손님’

지난 6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열린 커뮤니티 트레이닝에서 멕시코 현지 팬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
“한국 형제들, 당신들은 이미 멕시코 사람입니다!”(Coreano, hermano, ya eres mexicano!)
한국 축구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치르는 이곳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현지인들을 만나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월드컵 여정을 위해 이곳에 짐을 푼 태극전사들은 연일 뜨거운 환대를 받고 있다.
선수단이 과달라하라에 입성하던 날 숙소 앞에는 500여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들어 ‘손’(손흥민)과 ‘꼬레아’(한국)를 목청껏 외쳤다.
심지어 한국 기자에게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사진 촬영이 쇄도할 정도로 열광적인 분위기는 도시 곳곳에 배어 있다.
지구 반대편 멕시코 사람들은 조별리그에서 ‘적’으로 만나는 한국을 왜 ‘형제’라고 칭하며 이토록 열렬히 환대하는 걸까.
그 각별한 인연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멕시코는 스웨덴에 0-3으로 대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려 있었다.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한국을 꺾기만 하면 멕시코는 짐을 싸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투혼을 발휘하며 이른바 ‘카잔의 기적’을 일으켰다.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극적인 골에 이어 손흥민(LAFC)이 텅 빈 골문을 향해 50m를 질주하며 터뜨린 쐐기 골은 독일을 완전히 침몰시켰다.
한국은 ‘경우의 수’가 엇갈려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지만, 이 2-0 완승 덕분에 멕시코는 극적으로 조 2위에 올라 16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사실상 멕시코를 탈락의 수렁에서 건져낸 셈이었다.
당시 멕시코 전역은 한국을 향한 고마움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한국인 형제여, 당신들은 이미 멕시코인이다”라는 외침 역시 이때 수백 명의 멕시코 축구 팬들이 멕시코시티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몰려가 환호하며 부르기 시작한 구호다.
이곳 과달라하라에서만 24년째 살고 있는 교민 강선구(41)씨는 “이곳은 한마디로 축구에 미친 나라”라며 “당시에는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목마를 당했다. 술집에서도 한동안 술은 전부 공짜로 마셨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과달라하라 한인회 회장인 이창선(50)씨도 “당시 아는 지인의 아들은 학교에 갔다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헹가래를 받기도 했다. 정말 어마어마한 열기였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현지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5월 멕시코시티 콘서트를 앞두고 대통령궁을 찾은 방탄소년단(BTS)을 보기 위해 소칼로 광장에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을 정도로 멕시코의 한류 열기는 뜨겁다.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의 민수이 원장은 “멕시코는 K팝과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곳”이라며 “BTS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한강 작가와 그의 작품명까지 꿰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한류에 대한 관심이 넓고 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한국을 향한 호감도가 높은 데다, 귀한 손님을 소홀히 대접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멕시코 특유의 대객(待客) 문화가 맞물리면서 이처럼 열렬한 환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역대 전적에서 멕시코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멕시코 팬들이 한국을 ‘위협적인 적’보다는 ‘반가운 손님’으로 맞이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역대 남자 성인 대표팀 맞대결 전적에서 4승 3무 8패를 기록 중이다.
2006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이긴 것이 마지막 승리다.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 맞붙은 두 차례(1998년 프랑스 대회 1-3 패, 2018년 러시아 대회 1-2 패) 모두 한국은 멕시코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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