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결정했다.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자 풀어뒀던 돈줄을 다시 죄기로 한 것이다. 양적 완화로 5배나 불어난 자산 규모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금융위기 이전 9,0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연준의 자산은 4조5,000억 달러로 급증한 상태였다. 연준은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등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 자금을 흡수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이 금융위기 시대의 부양책을 던져버리고 반대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2019년 10월까지 약 2년 동안 진행된 채권 다이어트를 통해 연준은 자산을 3조8,000억 달러로 줄였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이 보유한 자산을 감축한다는 의미다. 대차대조표는 자산·부채·자본이 적힌 표를 말하는데 연준의 자산 대부분은 채권이어서 대차대조표 축소는 보유 채권 매각을 뜻한다. 이를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라고도 부른다. 테이퍼링(Tapering)이 채권을 사들이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면 대차대조표 축소는 채권을 팔아 시중에 풀린 자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 작업이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크다. 연준의 자산 축소가 한창이던 2018년 9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나스닥 지수는 20% 넘게 하락했고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돈이 시중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신용 경색 현상까지 나타나 연준이 급히 유동성을 제공해야 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3월 이후 세 차례 금리를 올린 뒤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최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르면 6월에서 9월 사이에 양적 긴축이 시작되고 그 규모는 4조 달러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연말 기준 연준이 보유한 자산 8조7,575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연준의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나스닥 지수가 1월 한 달 동안 9% 급락하는 등 글로벌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미국 긴축 발 경제 충격에 대비해 한미·한일 간 통화스와프 체결, 외환 보유액 확충, 국가부채 축소 및 재정 건전성 확보 등 방파제를 쌓아가야 할 때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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