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법원, “인종적 균형, 정책 방향 잘못돼”
▶ 작년 입시 폐지, 추첨제 선발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연방법원은 지난 25일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TJ과학고)의 입학전형 변경은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이라고 판결했다.
매년 전국 최우수 고교로 선정되는 TJ과학고는 그 만큼 입학시험도 어렵고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에서 아시안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자 버지니아 공립학교와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인종적 균형을 주장하며 입학전형 변경을 추진했다. 결국 지난 2020년 입학시험이 폐지됐으며 대신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발하게 됐다.
입학전형이 바뀌고 난 뒤 TJ과학고의 신입생은 아시안 학생이 73%에서 54%로 줄었으며 흑인 학생은 1%에서 7%, 라티노 학생은 3%에서 11%로 늘었다.
아시안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아 흑인이나 라티노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취지로 입학전형이 변경돼 결국 아시안 학생들만 불이익을 받게 되는 또 다른 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이에 TJ과학고 일부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연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25일 법원은 입학전형 변경의 부당함을 밝혔다.
연방법원 클라우드 힐튼 판사는 “버지니아 공립학교는 인종적 균형을 주장하며 입학전형을 변경했으나 결국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불법적인 차별을 야기했다”며 “처음부터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버지니아 공립학교 측의 존 포스터 변호사는 “새로운 입학전형은 인종이나 성별, 출신국가 등을 모른 채 심사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별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힐튼 판사는 “인종적 균형을 고려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하며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흑인인권 운동이 힘을 얻게 되자 지나치게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결국 인종적 정의가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버지니아 정치인들은 흑인이나 라티노 학생의 비율을 높이는 데만 혈안이 돼 아시안 학생에 대한 차별은 논의에서 제외되고 외면 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방법원의 판결은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으며 이를 통해 아시안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 한 번도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백인 학생을 위협하는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견제가 바탕에 깔려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 공립학교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했던 사안으로 이번 공화당 정부의 입장과 달라 아직 항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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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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