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소송을 다루는 재판에서 용의자인 피고가 ‘음탕한 기질’이 있다는 상투적 논거를 검사나 변호사가 더 이상 증거로 내세울 수 없다고 워싱턴주 대법원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100여년전부터 통용돼오는 ‘음탕한 기질’ 논거가 원고의 피해 주장을 부적절하게 부각시킨다고 강조하고 이는 구태의연하고 비현실적인 법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10일 아동 성폭행 혐의자인 원고 패트릭 크로스건스가 워싱턴주를 상대로 상소한 재판에서 그에게 내려진 원심의 유죄판결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한편 향후 비슷한 소송에서 검사들이 ‘음탕한 기질’ 논거를 증거로 이용할 수 없음을 만장일치로 판시했다.
크로스건은 원심재판에서 그의 ‘음탕한 기질’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검사의 주장에 따라 판사가 증언을 허용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자신의 성폭행 혐의 기소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부분이라며 항소했었다. 그는 원심에서 2급 아동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날 대법원은 향후 성폭행 재판에서 ‘음탕한 기질’ 논거의 증거채택을 금지시켰지만 크로스건스의 소송과 관련해서는 이를 적용하기로 7-2 표결로 결정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포함된 ‘더듬기’와 ‘사전 계획’ 등은 ‘음탕한 기질’ 논거와 별개의 문제라는 이유였다.
‘음탕한 기질’ 논거의 역사는 중세시대의 영국 교회법정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법정은 두 성인남녀가 서로 ‘음탕한 기질’을 보일 경우 간음을 저지를 소지가 훨씬 높은 것으로 간주했다.
이 전통이 영국식민지 시절의 미국법원에 도입됐고 현재까지도 워싱턴주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강간사건 재판에 적용돼왔다.
주 대법원은 그동안 잘못 내려진 판결이나 논거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음탕한 기질’ 논거의 폐지도 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100여년전 야카마 원주민부족의 어업권을 박탈했던 대법판결을 2020년 뒤집었고, 흑인의 매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묘지업주의 손을 들어줬던 60여년전의 대법판시에 대해서도 최근 사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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