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 퇴행으로 뇌의 ‘각성 뉴런’ 고장…주범은 타우 단백질
▶ 잠 못 자는 ‘진행성 핵상 마비’, 피로 느끼는 ‘수면 뉴런’ 오작동

췌장의 생체 시계가 잘 맞지 않으면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가 교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사진에서 녹색은 인슐린 분비 베타 세포, 적색은 글루카곤 분비 알파 세포다. [스위스 제네바 의대 디프너 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인성 치매의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낮잠을 많이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환자 중에는 낮에 졸음을 못 참는 기면증(narcolepsy)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알츠하이머병은 일종의 신경 퇴행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뇌 신경세포(뉴런)가 퇴화해 생기는 병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밤잠을 잘 못 잔다고 생각했다. 낮에 계속 졸린 게 밤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과학계의 이런 통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근본적으로 우리 몸을 깨어 있게 하는 뇌의 '각성 뉴런'이 고장나 있었다.
대뇌 하부 피질에 존재하는 이 뉴런 그룹이 퇴화하는 덴 타우(tau) 단백질이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우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 amyloid)와 함께 신경 퇴행의 주요 원인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콘 캘리포니아대(UCSF)의 '기억 노화 연구센터'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4일 미국 의사협회 저널 'JAMA 신경학'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번 연구를 이끈 UCSF의 리 그린버그 조교수 연구팀은 2019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기면증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
당시 연구팀은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기면증이 낮에도 각성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신경 퇴행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이번 연구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그린버그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낮에 피곤함을 느끼는 건 밤에 잠을 못 자서가 아니라 뇌의 각성 뉴런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린버그 교수팀은 이번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각성 뉴런이 파괴되는 경로를 실제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33명과 진행성 핵상 마비(PSP) 환자 22명의 뇌 조직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수치를 각각 측정한 뒤 뇌전도계로 모니터한 수면 행태와 비교했다.
대조군은 평생 뇌 질환을 앓지 않은 32명의 건강한 지원자로 구성했다.
PSP 환자는 알츠하이머병과 반대로 피로를 느끼는 '수면 뉴런'이 손상됐다. 이런 PSP 환자는 '수면 박탈'에 이를 정도로 잠을 거의 못 잔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뇌 조직 침적에 더 무게를 뒀다.
뇌 조직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는 밤잠을 자는 동안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잠을 전혀 못 자는 PSP 환자의 경우 다량의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을 거로 예상됐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전혀 달랐다. PSP 환자의 뇌엔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가 없었다.
타우 단백질이 '수면 뉴런'과 '각성 뉴런'의 퇴행에 관여한다는 건 이렇게 밝혀졌다.
두 유형의 뉴런은 각각 각성과 수면을 촉진하는 스위치 기능을 했다.
그러면서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뉴런 군(群)과 연결돼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사후 기증된 뇌 조직에 실험해, 이들 두 유형의 뉴런 군이 공조해 수면ㆍ각성 사이클을 제어한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아이디어를 반영해 PSP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과민해진 뇌의 각성 시스템에 작용하는 실험 약물의 효과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결국 알츠하이머병과 PSP는 신경 퇴행으로 오는 수면 장애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수면 장애의 증상은 서로 다르지만, 치료법은 비슷한 경로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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