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사회적 차별·괴롭힘 줄면서 ‘게이버후드’도 사라질 판”

2022년 샌프란시스코 퀴어 축제에서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 [로이터=사진제공]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맞서 해방구 역할을 해 온 미국의 '게이버후드'(gayborhood·성소수자 밀집지역) 커뮤니티가 해체 위기에 놓였다.
성소수자에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굳이 이 지역에 생활기반을 마련할 이유가 줄어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기존에 거주하던 성소수자들이 교외로 밀려나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3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뉴욕과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 상당수에서 공통되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 주립대 소속 도시계획학자 대니얼 B. 헤스 교수는 최근 30년간의 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주요 성소수자 밀집지역들에 거주하는 동성애 커플의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동성애 남성들이 동성애자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그들은 다른 시내 지역이나 가까운 교외에 정착했고, 대신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이 동성애자 지역으로 이사 해 동성애자 밀집 정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헤스 교수는 성소수자의 세대차가 일부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심한 차별에 시달렸던 기성 세대는 성소수자가 아닌 이들과 분리된 자신들만의 공간을 원했지만, 오늘날 젊은 성소수자들은 성적 정체성과 무관하게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국의 성소수자 커플들은 거주지 선택에서 학군과 공원 접근성 등 전통적 입지 조건을 갈수록 더 많이 따지는 양상을 보인다.
2015년 미 연방대법원이 동성혼 합헌 결정을 내리는 등 성소수자 인권이 개선되면서 차별과 괴롭힘에 노출될 위험이 줄었고, '데이팅 앱 '의 등장으로 같은 성적 지향을 지닌 사람을 만나려고 굳이 성소수자 밀집 지역의 주점 등을 이용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NYT는 "이민자들이 민족 밀집지역을 형성해 차별을 피하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이후 세대가 과거보다 포용적이 된 여타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해당 지역의 차별성과 에너지가 상실되는 과거 사례들과 비슷한 패턴"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상권 발달과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과 상인 등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 미국의 성소수자 밀집지역이 위협받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일부는 이로 인해 성소수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샌프란시스코 성소수자 밀집지역 '카스트로'의 정치·문화적 지도자 중 한 명인 클리브 존스(67)는 최근 120㎞ 떨어진 소노마 카운티로 이사하기로 했다. 월 2천400달러(약 311만원)였던 아파트 임대료가 5천200달러(약 675만원)까지 치솟아서다.
그는 "게이버후드가 없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흩어져 더는 지리적으로 밀집하지 않게 되고 특정 선거구에 살지 않게 되면 우린 많은 것을 잃는다. 우리는 정치적 힘을 잃고 우리 스스로 (대표를) 선출해 적을 쓰러뜨릴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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