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이제 우리 한인들에겐 거의 삶의 동반자이다. 10년 전 만 해도 카카오톡이 우리 삶 속에 이토록 함께 했었나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그 기능이 더 발달되어 이제는 전화기만 손에 있으면 언제든지 누구에게라도 연결이 가능하다.
수십년 전 나이아가라 폭포로 한국에서 동창들이 단체 여행을 왔었는데 그때 딱 한번 만난 후 뜸했던 일본에 사는 친구로부터 몇 십 년이 또 지난, 엊그제 전화를 받았다. 물론 카카오톡 전화로이다.
친구의 음성이 태평양 저쪽 일본에서 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근조근 꼭 옆에서 속삭이는 것 같다. 카카오톡은 참으로 편리하고 유용하다. 전화뿐이랴, 방금 그 어디에서 찍은 사진도 빛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며칠 전엔 서울의 여고동창들이 칠십이 훨 넘은 나이에 빨간 레이스 드레스에 흰 진주 목걸이로 똑같이 단장을 하고 신라호텔 영빈관 앞에서 찍은 사진이 카톡으로 날아왔다. 돋보기를 찾아쓰고 눈을 치켜뜨며 “얘가 누구지, 쟤 이름은 뭐였더라” 반가운 얼굴에 이름까지 함께 생각나면 기쁘고 신이 나서 “와 아직 곱네”, “얘는 염색을 안한 탓인가 좀 갔네” 혀까지 쯧쯧 차며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
그런데 이런 기쁘고 반가운 카톡도 있지만 간혹 오랜 세월 소식이 없던 지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워서 열어보면, 오랜만인데 한마디 인사도 곁들이지 않은 ‘퍼온 글’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음악까지 곁들인 길고 긴 ‘퍼온 글’ 속의 대리 인사가 절절하긴 하다. 그런데 이런 똑같은 ‘퍼온 글’이 때로는 두개 세개까지 여기저기서 동시에 날아오기도 한다. 표현대로 그냥 ‘퍼서’ 돌리는 모양이다.
감동적인 글 혹은 세상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상황이나 풍경을 지치지도 않고 보내오는 열정적인 친구도 있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과격한 글”, “정치적인 글”, 혹은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퍼온 글”들이 거침없이 내 영역을 침범해 온다. 게다가 애국자이시면 이 글을 며칠 내에 몇사람에게 ‘전송’하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달아서 날아온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유한한 삶인데, 좀 더 개인적이고 배려가 담긴, 남이 써 놓은 ‘퍼온 글’만이 아닌 정다운 본인의 몇마디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과한 욕심일까. 아울러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가 새삼스럽게 머리 속을 가득 채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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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옥(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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