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비 2위’ 중, 군 현대화 명목 올 7% 늘리며 강대강 대치
▶ 평화헌법 개헌 추진하는 일본, GDP의 2% 지출 확대 검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에‘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에 불을 지핀 가운데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의 중심 무대인 아시아의 군사 팽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불거진 양안 위기와 북핵 문제,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해양 패권 경쟁까지 복잡하게 뒤얽힌 지정학 리스크가 역내 주요국들의 군비 경쟁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군대 현대화를 명목으로 국방비 증액에 나선 중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명분 삼아 평화헌법 9조 개헌을 추진하며 군사 강국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한 일본이 이 같은 움직임에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방비 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2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이 8010억 달러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고 중국이 2930억 달러(추정)로 그 뒤를 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전년 대비 국방비 증가율 상위 국가에 일본(7.3%)과 호주(4.0%) 등 아시아태평양의 주요국들이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SIPRI는 이들 국가가 군비 확충에 나선 주 원인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를 지목했다.
SIPRI의 분석대로 중국은 27년 연속 국방비를 증액하며 이 지역의 군비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장본인이다. 올해는 국방비를 전년 대비 7.1%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는 2019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중국은 2027년까지 인민해방군이 ‘지능화된’ 전쟁을 할 수 있도록 완전히 현대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로 이 같은 공격적인 군비 팽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공지능(AI)과 자율무인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전쟁에 대비해 중국은 군사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공세적인 군비 증강은 2차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웅크렸던 일본의 군사 팽창 욕구를 일깨웠다. 일본은 그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내외로 유지해왔으나 집권 자민당은 이를 2%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는 곧 일본이 세계 3위의 군사 대국으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앞서 “중국 군사 활동의 급속한 성장을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국제 정세의 변화에 비춰볼 때 일본의 방위력은 근본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참의원 선거 직후 일본의 교전권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9조를 개헌해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명기하겠다는 의지도 밝힌 상태다. 특히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최근 상황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의 군사강국화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카대의 울브 한센 법학부 부교수는 “과거 일본이 국방비를 GDP의 1%로 제한한 것이 일본이 평화주의를 고수할지를 두고 초조해 하는 동아시아 이웃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상한선을 2%를 올리는 것은 일본의 평화주의가 과거의 것임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에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군사력을 자제하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군사력이 준비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기름을 부은 양안 위기는 일본을 더욱 자극하는 요소다. 교도통신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일본 방어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의 군사비 지출 확대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요미우리신문은 4일 일본 방위성이 ‘반격 능력’에 활용되는 장사정 스탠드오프 미사일을 조기에 확보하기로 하고 내년도에 예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대신은 이날 중국군의 대규모 군사훈련 과정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5발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면서 “이는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
김연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