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 동부 석탄 광산 80% 등 12조4000억달러 천연자원 뺏어
▶ 주력산업 초토화, 경제 붕괴 의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약탈한 러시아가 이제는 천연자원까지 훔치고 있다. 주력 산업을 초토화하고 경제를 파괴해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겠다는 의도다. 러시아군이 에너지 생산 시설을 점령한 데 이어 공급망까지 파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가장 추운 겨울을 앞두게 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 지정학 위기 분석회사 세크데브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최소 12조4,000억 달러(약 1경6,100조 원) 천연자원의 통제권을 러시아에 뺏겼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엔 석탄, 가스 외에도 철광석, 티타늄, 리튬, 석회석 등 광물이 대량 매장돼 있다. WP는 “자원 매장량을 모두 합치면 가치가 수십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2020년 수출 품목 순위에서 종자유, 옥수수, 밀에 이어 철광석과 철강 반제품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을 만큼 천연자원 산업은 우크라이나 경제의 핵심이다.
특히 자원이 풍부한 우크라이나 동부가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며 피해가 커졌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전 우크라이나는 동부에 227개 석탄 광산을 보유했지만, 올해 7월 기준 80% 이상이 러시아에 넘어갔다. 러시아군은 전국 석유 매장지의 11%, 천연가스 매장지의 20%, 금속 매장지의 42%도 손에 넣었다. 로만 오피마크 우크라이나 지질조사국 국장은 “에너지 생산과 산업 활동에 당장 필요한 자원을 잃었다”며 “땅속의 자원까지 이용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필요해서 자원을 훔치는 게 아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탄 매장량 세계 2위로 대표적인 ‘천연자원 대국’이다. 약탈의 주목적은 우크라이나의 경제 파탄이다. 철도 등 자원 보급망을 파괴하고, 항구를 점령해 수출을 통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경제 기반을 많이 파괴할수록 전후 재건이 힘들어져 추후 러시아의 재공격이나 영향력 확대 시도에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키이우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쟁이 이어진 지난 5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경제 기반시설 피해 규모는 1,083억 달러(약 141조 원)에 달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가 겨울을 버티지 못하도록 에너지 생산 시설·공급망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해 군사 기지로 쓰고 있고, 200개 이상의 가스 보일러 공장과 3,800여 개 가스 배분 센터를 파괴했다.
우크라이나는 석탄·석유·가스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자원을 비축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의 석탄 매장량은 세계 6위이지만, 채굴을 하지 못해 석탄을 수입하는 처지에 놓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겨울이 독립 후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경제 싱크탱크 GMK 대표 스타니슬라프 진첸코는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고 상품 경제가 약화해 산업 경제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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