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석양이 수놓는 노을로 저물어 가고, 한 해의 가을은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계절에 힘입어 용기를 낸 탓인지 주변에서 지인들의 은퇴선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용기라고 치켜세운 것은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동포사회에 어른들도 계신데 아직 한창인 내 나이를 언급하자니 무척 민망하지만, 10간 12지를 순회하여 육십갑자를 채우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니,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 이상으로 인생의 굴레에서 큰 매듭 하나를 짓고 안도하는 느낌이 들어, 생일을 전후해 한동안 산책 하면서 삶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잘 익은 단풍이 봄꽃이나 신록 못지 않게 아름다울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그 때 얻었다.
일반적으로 은퇴라는 말은 평생 우리 삶을 영위하는데 한 축을 담당하며 동반자 역할을 했던,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업’을 내려 놓고자 할 때 주로 쓴다. 우리가 이를 통해 생활 제반비용을 조달해 왔기 때문에 은퇴를 앞두고 가장 먼저 본인의 재정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위해 설정한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최소한 재정적인 면에서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것으로 간주하여 부러운 축하인사를 보내게 된다.
은퇴는 영어로 Retire라 한다. Re-tire, 타이어를 새로 갈아 끼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의 전반부를 마감하고 맞이하는 후반부를 전환점(turning point)으로 삼아, 새로 바꾼 타이어로 남은 인생의 여행길을 떠나는 과정이 은퇴후의 삶이다.
결국, 본인의 재정상태에 대한 자신감은 은퇴전에 가져야 할 기본일 뿐,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추구하며 생을 잘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이 은퇴이기 때문이다.
은퇴후의 삶은 시간의 활용에서 확연하게 달라진다. 우선, 나이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은퇴 전에도 틈틈이 건강에 신경을 써 왔겠지만, 그래도 주된 관심사는 ‘일’이었고 ‘관계’였기 때문에 몸에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이를 감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은퇴를 결행한 시점부터는 이 둘에 대한 욕심과 미련을 내려 놓고, 몸과 맘의 건강을 지키는 쪽으로 생활의 중심추를 옮기는 게 된다.
한편 부동산중개사는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보다 은퇴연령이 높은 것 같다. 라이선스를 가지고 활동하는 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가장 큰 자산을 형성하는 부동산을 지키고 가꾸고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보람도 느끼고, 스스로 일의 범위나 완급을 조정할 수 있어 은퇴로부터 좀더 자유롭고 유연한 업종이 아닐까 한다.
이 가을, 온 만물이 한 걸음씩 물러나는 계절에 나는 은퇴를 어떻게 맞이할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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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재미부동산협회 상임이사·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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