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 ‘황제’ 앨범 낸 피아니스트 임윤찬
▶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첫 음반
“제가 생각하는 음악가로서의 대단한 업적은 음악을 듣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직접 가서 연주하고 음악을 나누는 것이에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줄 수 있다는 건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지난 6월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이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클래식 팬들 앞에 섰다. 지난달 28일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을 발매한 임윤찬은 “‘황제’ 교향곡을 들으며 베토벤이 꿈꾼 유토피아와 그가 바라본 우주를 느꼈다”며 “이 곡을 꼭 광주시향과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공연의 연주 실황을 녹음한 이번 앨범에는 임윤찬과 광주시향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광주시향이 연주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임윤찬이 앙코르로 연주한 몸포우의 ‘정원의 소녀들’, 스크랴빈 ‘2개의 시곡’ 중 1번, ‘음악 수첩’ 등이 담겼다.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처음 내놓은 이번 앨범에서 베토벤 협주곡 5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베토벤 협주곡 중 ‘황제’는 너무 화려하게만 느껴져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최근 인류에게 코로나라는 큰 시련이 닥치고 저도 매일 방에서 연습하다 보니 베토벤이 꿈꾼 유토피아와 우주가 느껴지며 인식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윤이상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위해 작곡한 ‘광주여 영원히’를 광주시향이 공식적으로 녹음한 최초의 앨범이기도 하다.
첫 앨범을 스튜디오 녹음이나 솔로앨범이 아닌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공연실황으로 내놓은 데 대해 임윤찬은 “스튜디오 녹음은 자칫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음악이 수많은 가능성을 잃고 무난해지는데, 관객과 음악을 나눈 시간이 그대로 음반으로 나온 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제가 존경하는 모든 음악가가 스튜디오 녹음보다 라이브 앨범이 훨씬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몸이 불편해 연주회에 올 수 없는 분들이나 보육원, 호스피스 병동 등에 직접 찾아가 연주하는 것이 음악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스승인 손민수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물질적인 나눔도 의미가 있지만 음악 기부는 듣는 이들이 그간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주는 일이고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주자로서 대단한 업적이란 어떤 콩쿠르에 나가 운 좋게 1등을 하는 게 아니라 이런 분들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고, 앞으로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임윤찬은 콩쿠르 우승 이후 휴학을 하고서 연주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