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의 문장은 일상의 언어생활 속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예컨대 ‘휘발유 값이 오른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한 예다. 이 말은 ‘공급이 부족하면 물건 값이 오른다. 휘발유 공급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휘발유 값이 오른다’ 는 삼단논법에서 ‘공급이 부족하면 물건 값이 오른다’ 는 전제를 생략 한 것이다. 로마의 천재 시인 오비디우스(N. Ovidius)의 작품에 나오는 ‘너를 간직할 수 있었다.
따라서 너를 잃을 수도 있으리라’ 는 시구도 마찬가지다. 이 문장은 ’간직한 것은 잃을 수도 있다. 나는 너를 간직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너를 잃을 수도 있다‘ 는 삼단논법 가운데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잃을 수도 있다‘ 는 전제를 생략하고 나머지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 중에서)
포도열매는 새 가지에만 열린다. 좋은 포도열매를 거두기 위해서 농부는 겨울 혹한이 지난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 사이에 전정을 마쳐야 한다. 순지르기는 작물의 생장을 억제하여 영양분이 열매에 집중하도록 하는 농법인데, 여름 내내 농부는 순지르기를 한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글과 말을 윤택하게 하는 길은 포도나무 가지의 전정이나 순지르기와 흡사하다.
“그리고 남자 한 사람이 웃었다”, “젊은 남자가 호쾌하게 웃었다”, “남자가 웃었다”. 위의 세 문장 중 가장 젊고 생생한 문장은 무엇일까 “남자가 웃었다” 이다. 생략이 많은 문장이다. 전정과 순지르기를 잘 한 문장이다. 문장을 잘 다루는 사람은 상투적인 것(cliches)을 잘 죽이는 사람이다.
단순함(simplicity)은 위대한 지혜이며 힘이다. 무엇이든지 젊고 순수하고 강력한 것은 단순했다. 사람의 내면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하고 잡다한 것들을 비워낼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잡다한 일상의 가방을 겸허하게 내려좋을 때, 비로소 진실한 자아를 세울 수 있다. 언뜻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 그 안에서 조용히 들어 난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다.
바울은 고백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김은 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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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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