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모스크바 시내의 한 동물원을 찾았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중국의 상징인 판다 두 마리를 선물로 건넨 뒤 볼쇼이극장에서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면서 “주요 국제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미중 패권 전쟁의 와중에 중러가 반미 전선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 주석이 이번에 러시아를 다시 방문해 중러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에 맞서기 위한 연합전선을 펼쳤다. 시 주석은 20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후 “요동치고 변화하는 세계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인민일보 기고에서 “양국은 급류 속 바위처럼 어깨를 맞대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이중 억제 정책’ ‘패권과 패도’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미국을 겨냥했다. 두 정상의 장기 집권 욕구도 밀착 관계를 부추기고 있다.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은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과거에 중국과 러시아가 자주 긴장 관계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양국의 협력 관계는 ‘역사상 최고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나라는 경제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회동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의 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2015년 출범한 유라시아경제연합은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 5개국의 정치·경제 연합체다.
미국 정치학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잠재적으로 미국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과 러시아·이란의 반패권 동맹”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서유럽 대 중러 간 대결 구도가 굳어지면서 신냉전·블록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북중러의 밀착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굳게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정상범 서울경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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