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료만 급증 조짐, 인력 부족·수요 증가에 취약 계층 재정타격 심각
▶ 해고 늘며 ‘보험 사각지대’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의료 비용은 계속 치솟고 있어 서민들에게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안기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병원에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 [로이터]
인플레이션이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보험료는 치솟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 인력 부족과 팬데믹 당시 줄었던 서비스 수요가 회복된 탓인데 계약을 연장할 때 본인 부담금 상승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LA 타임스(LAT)에 따르면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에서 의료비 상승률이 지난 1월 5.5%를 기록했다. 의료비의 경우 PCE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중 예외적으로 연간 상승률이 올라가는 것이라 주목된다. 가장 최근 나온 PCE인 2월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상승폭은 5%에 그쳤다. 1년 반만에 전년 동기 상승률이 최소폭을 기록했는데 의료비의 경우 예외적으로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과 주유비 등 생활 필수 항목의 가격이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의 막바지 국면에서 의료비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LAT는 이같은 의료비 상승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특히 타격이 심하다고 우려했다. 서민들은 식료품과 약값·병원 치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비 인플레이션의 이유는 전문 인력 부족 탓이 크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해소되면서 병원 직접 방문 등 의료 서비스 수요가 늘었는데 의사·간호사 등 의료 인력 숫자는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 가주 내 23개 병원을 운영하는 어드밴티스트 헬스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의료진 고용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1%가 증가했다. 어드밴티스트 헬스 관계자는 LAT와 인터뷰에서 “의료종사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며 “올해 임금 인상폭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더해 의료비의 경우 연간 단위로 갱신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되는 측면도 있다.
건강 보험료 상승은 임금 생활자들에게 급여 하락을 불러올 요인이 있다. LAT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인구의 약 절반은 직접 의료 보험에 들지 않고 직장을 통해 가입 혜택을 누리는 중이다. 그런데 의료 보험료가 올해 올라가면 회사가 이를 이유로 임금 인상은 줄이는 강수를 둘 수 있다.
실제로 직장 의료 보험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직장 의료 보험의 코페이먼트와 디덕티블 비용이 상승하는 것도 직장인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장인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가입할 경우도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LAT와 인터뷰한 USC의 글랜 멜닉 경제금융전문가는 “보험료와 본인 부담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며 “보험료는 공짜가 아닌 만큼 이를 이유로 직장인들이 집에 가져가는 급여가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경기 침체가 본격화돼 기업들의 해고가 늘어나면 의료 보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수 직장인들이 기업에서 쫓겨나면 개인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때 비용이 너무 비싸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튜 아이젠버그 존스홉킨스대학 보건 정책 교수는 LAT와 인터뷰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빈약한 보험에 가입하거나 아예 헬스케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이는 그 자체로 미국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경제에 악영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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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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