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굉음 폭주족 질주 일쑤, 한인 주민들 불안 떨어
▶ 폭도 돌변해 범죄피해도
LA한인타운 윌셔가의 한 고층 콘도에 거주하는 전모(56)씨는 심야 시간이면 들려 오는 자동차 굉음 소리에 자주 잠을 깬다. 전씨는 “무슨 일인가 해서 창 밖을 내려다 보면 몇대의 차들이 경쟁하듯 빠른 속도로 길가를 질주하기 일쑤”라며 “어떤 때는 교차로에서 스턴트를 하듯 360도 회전을 반복하는 경우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새벽 캄튼의 알론도라 불러바드와 센트럴 애비뉴 교차로를 불법 점유하고 카레이싱을 구경하던 군중들이 갑자기 폭도로 돌변, 인근 주유소를 습격한 사건(본보 17일자 A1면 보도)이 발생한 가운데 LA 한인타운도 더 이상 스트릿 테이크오버(street takeover)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스트릿 테이크오버는 불법적으로 교차로나 특정 구간을 막고 차량 스턴트 묘기를 펼치거나 카 레이싱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8월에는 LA 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와 워싱턴 블러바드 교차로에서 스트릿 테이크오버가 벌어지던 중 인근 차량 부품 판매점이 30여명의 떼강도단에게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2021년 10월에도 올림픽과 웨스턴 교차로에서 밤중에 갑작스럽게 불법 레이싱이 펼쳐져 통행이 30분간 차단되는 바람에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지난해 개통한 LA 다운타운과 보일하이츠를 연결하는 ‘LA 명물’ 6가 대교에선 폭주족의 불법 레이싱이 잇따라 일어나 한동안 집중단속이 펼쳐지기도 했다.
스트릿 테이크오버를 펼치며 차 위에서 돈다발 뿌려 거리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에 공유된 한 동영상에는 지난해 10월 샌피드로 스트릿과 컴튼 블러바드에서 차들이 묘기를 펼치며 현금 다발을 거리 위에 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경꾼들은 교차로 한 가운데로 몰려들어 돈을 주우며 함성을 질렀다.
영화 ‘분노의 질주(Fast and Furious)’ 촬영장으로 유명한 한인타운 북동쪽 부촌인 엔젤리노 하이츠 지역에선 수시로 불법 카레이싱을 벌어져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LA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60건에 달하던 스트릿 테이크오버 관련 신고전화는 2021년 1,380건으로 급증했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굉음과 관중들이 질러대는 소음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함과 함께 떼 강도나 인명 피해의 우려도 높다. 지난 해 12월에는 사우스 LA지역에서 불법 카레이싱을 하던 한 운전자가 자동차 중심을 잃고 구경하던 군중을 덮치는 바람에 20대 여성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이 불법 레이싱이 문제가 되자 LA 경찰국(LAPD) 등 치안 당국은 전담 단속반을 출범시키고, 대개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되는 스트릿 테이크오버에 대처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인력난으로 강력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A교통국(LADOT)은 불법 도로 점검 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교차로와 통행량이 많은 길에 도로 디자인을 새롭게 변경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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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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