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물 투자자이자 자선가인 조지 소로스(92·이하 소로스)의 후계자로 결정된 그의 아들 알렉산더 소로스(37·이하 알렉스)가 향후 아버지의 진보적 이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알렉스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리(나와 아버지)는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면서 소로스가 추구했던 진보적 의제를 투표권, 낙태권, 성평등 등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1993년 비영리단체 열린사회재단(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을 설립, 인권 및 민주주의 운동 단체에 연간 15억 달러(약 1조9천억 원)를 제공해온 인물이다.

아울러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을 통해 인종차별 사안 등에 집중하는 진보 성향 정치인과 공직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늘 우파 진영의 반발을 불렀다고 WSJ은 설명했다.

알렉스는 "나는 (아버지보다) 더 정치적인 사람"이라면서 소로스의 이 같은 행보를 승계하겠다고 전했다.

실제 그는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민주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주요 인사를 만나 OSF 관련 사안에 대한 지지를 직접 촉구한 바 있다.

이날 알렉스는 내년 미 대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진보 성향 정치인들을 후원하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트럼프)이 움직이는 한 우리도 움직여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대선에서 '큰 손'으로 활동할 계획을 시사했다.

소로스 측 대변인에 따르면 향후 소로스의 자산 250억 달러(약 32조2천억 원) 중 1억2천500만달러(약 1천600억 원)가 슈퍼팩에 배정될 예정이다.

알렉스는 반(反)트럼프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우리 쪽은 더 애국적이고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누군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해서 그들이 어긋났거나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WSJ은 알렉스와 소로스가 이처럼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면서도 경영 스타일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소로스가 이른바 '큰 그림'에 집중하면서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비교적 무관심했던 반면 알렉스는 임직원에게 전달할 사항이 적힌 공책을 들고 회의에 참석할 만큼 꼼꼼하다는 설명이다.

OSF 펀딩을 받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앤서니 로메로 이사는 "그는 자기가 직접 나서는 사람이기 때문에 OSF 직원들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