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만에 결론…배상원금 690억원으로 1조 청구액 중 7% 인정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원금 기준으로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중재기구 판정이 나왔다.
다만 배상원금에 붙는 이자와 법률비용을 포함하면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돈은 1천3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이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재를 신청한 지 5년 만이다.
법무부는 20일 PCA의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가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에 5천358만6천931달러(약 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7억7천만달러(약 9천917억원) 중 약 7%가 인용된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여기에 2015년 7월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의 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했다.
아울러 엘리엇이 정부에 법률비용 345만7천479.87달러(약 44억5천만원)를, 정부가 엘리엇에 법률비용 2천890만3천188.90달러(약 372억5천만원)를 각각 지급하도록 했다.
정부가 엘리엇에 줘야 하는 배상원금, 지연이자, 법률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은 1천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 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엘리엇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직권을 남용해 국민연금이 절차를 뒤엎고 합병 찬성이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성의 뇌물과 대통령의 승계 계획 지원 사이에 명확한 대가성이 존재한다'고 판시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검찰 공소장 등을 제시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할 당시에 이미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합병 승인 이후 투자손실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득을 봤다고 맞섰다.
PCA는 2018년 7월 엘리엇의 중재신청서를 받은 뒤 그해 11월 중재판정부 구성을 마치고 사건 심리에 들어갔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서면 심리를 했고, 2021년 11월 15∼26일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구술심리를 진행했다.
이후 양측이 서면 자료를 추가 제출하고 중재판정부가 올해 3월 14일 최종적으로 절차 종료를 선언하면서 심리는 끝이 났다.
법무부는 "판정문 분석결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추후 상세한 설명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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