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올 때 요새는 돈을 한 뭉텅이씩 들고 오지만 우리 때는 주머니가 텅텅 비었었다. 그러니 아는 분의 신세를 지기 마련이다. 필자도 양희철 선배 목사의 집에 들어가 신세를 많이 졌다. 그후 싸구려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생필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찾은 것이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트리프트샵이다.
그곳에서 물건을 구입하는데 재수가 좋으면 한 번도 입지 않은 새옷을 한 벌에 10달러에 구입하기도 하고 같은 가격에 침대도 구입할 수 있었다. 오래 전 이민생활의 풍경이다.
며칠 전, 옛 생각이 나서 플러싱의 트리프트샵에 들러 1달러짜리 컵 2개를 사왔다. 마음에 든다. 아니 그것들을 사용할 때마다 옛 생각이 나고 행복감이 난다. 아내는 말리지만 내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 것같다.
1달러짜리 컵 속에 내 과거의 파노라마가 춤추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감은 양이나 질 문제가 아니고 의미 부여인 것 같다. 그 의미가 상실될 때 우리는 마음에 분노와 서운한 감정이 일어나게 된다.
내 유학생 보따리에 인삼 몇 뿌리가 있었다. 그걸 양주에 담가 기숙사의 뒷편 언덕에 파묻어 놓았다. 2년이 지나 그것을 졸업식 날 먹으려고 식당에서 광고를 했다. 한국 학생들에게 약술이 있으니 내 방에 오라고. 그런데 내 방에 가져다 준 그 약술이 통째로 없어졌다. 누군가가 훔쳐갔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씁쓸하다. 나만의 행복이 아니고 공동의 행복감이 때로는 그 행복지수가 높은 법이다. 그것을 맛보려 했는데 날아가 버렸다.
1달러짜리의 행복감으로 시작되어 넋두리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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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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