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집권했던 카를로스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경제 회생을 위해 긴축재정과 규제 완화, 민영화를 앞세운 정책을 실시했다. 그는 가격통제 제도를 폐기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힘썼다. 아르헨티나 페소를 미국 달러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도 도입했다. 그 결과 재정 적자 감소, 물가 안정, 해외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거둬 재집권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개방화·자유화를 내세운 ‘워싱턴 컨센서스’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미국이 중남미 국가 등 개발도상국에 권장했던 경제정책이다. 자율적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자본자유화, 긴축재정, 정부 개입 축소, 국영기업 민영화, 재산권 보호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1989년 미국의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이 미국식 시장경제 위주의 처방을 ‘워싱턴 컨센서스’로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미국 재무부는 이를 10대 조항으로 명문화해 개혁 처방으로 제시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국가별로 다양한 상황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 강요가 외려 빈부 격차와 사회 불균형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메넴 전 대통령도 집권 후반부의 무리한 대외 개방정책이 부채 위기의 씨앗을 뿌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 4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국 우선주의를 중시하는 ‘신(新) 워싱턴 컨센서스’를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워싱턴 컨센서스 실행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밀레이는 27일부터 미국을 찾아 미 재무부와 IMF 고위 인사들을 만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고물가 해소를 위해 미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바꾸겠다는 공약의 이행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의 폐단이 미국식 경제 처방에 힘을 실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념에 사로잡힌 반(反)시장 포퓰리즘 정책은 경제 파탄을 초래할 뿐이라는 교훈을 되새길 때다.
<정상범 서울경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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