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 2030년 세계 엑스포 개최지 발표한다고 온 나라가 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팔순 중반의 백발노인이 된 엄마는 반장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계셨다.
얼마 전 아침, 으레 하듯 카카오 비디오톡으로 문안인사를 드릴 때였다. 난 즉시 챗봇에게 물었다. “다음 세계 엑스포는 언제, 어디서 하나?”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입니다.”
챗봇의 답을 보며 난 엄마께 말했다.
“5년마다 하는 행사의 다음 개최지가 일본 오사카인데 바로 연이어 그다음 행사지로 한국의 부산이 되겠어요? 한국 사람들 괜히 헛물켜고 있는 거지. 비행기 타면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지구 반대편 전 세계 사람들 눈엔 일본 오사카나 한국 부산이나 거기서 거긴데, 아무리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정신이 좋다 해도 자료를 분석해 가능성이 있는 곳에 에너지를 쏟아야지… 괜히 시간 낭비, 돈 낭비한 거예요.”
난 냉정하게 말했다.
엄마는 바람이 가득 들어 날아가던 풍선에 바늘침이 구멍을 낸 것처럼 사그라들었다. “그래? 온 나라가 기대에 차 있는데…” 마치 풍선을 놓쳐버린 아이 같은 표정이 된 엄마께 난 말했다.
“엑스포 개최를 조금만 서둘러 계획했으면 일본 오사카가 준비해 선정될 때 일본과 잘 협상해서 공동 개최를 이끌어냈어야지. 2002년 월드컵도 한-일 공동 개최한 것처럼…”
그러자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얘, 그때가 전 정권 때인데, 일본과 감정싸움으로 등 돌리고 있을 때였잖어? 무슨 협상을 하겠냐 그런 때에? 그나저나, 이번에 안 되면 내 생전에 다시 우리나라에서 세계 엑스포 개최국이 된다는 그런 기쁜 소식을 듣기는 틀렸다…”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엄마의 모습이 전화기 화면에 가득 찼다. “그래도 2025년에 오사카에서 엑스포 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 그때까지 건강 잘 챙기셔서 함께 그때 오사카로 여행가요. 엄마가 태어나신 곳도 보고, 엄마 친척들도 만나고…” 난 애써 활짝 웃으며 엄마께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일제강점기에 오사카에서 태어나셨다. 어렸을 적 나는 그래서 엄마가 일본 사람인 줄 알았다. 외할아버지와 친지 몇 분이 1930년대에 고향인 진주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무역업을 하셨고, 해방되던 해 다섯 살 된 엄마와 동생들은 외할머니 손을 잡고 한국으로 먼저 나오셨다 한다. 외할아버지는 사업체를 정리하고 나오겠다고 일본에 남았다가 국교가 단절돼 돌아가실 때까지 평생 서로를 못 보고 한평생을 사셨다.
역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야 조부모님과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눈물겨웠는지 알게 되었다.
영국 가디언지에선 세계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한국이 대패한 이유로 올 여름 세계 잼버리대회의 실패를 들었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이 올여름 새만금에서 세계 스카우트 연맹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잼버리를 열었을 때, 열악한 화장실과 숙박 시설 등으로 어떤 아이들은 못 버티고 일찍 떠나기까지 한 사례를 들며 “이런 규모도 감당하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세계 엑스포를 유치하겠냐?”고 했다 한다. 한국은 이에 대해 답을 할 수 없었고….
실패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실패를 잘 거두어 거름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그라져 땅에 떨어진 꿈이 짓밟혀 잊히지 않고, 한 알의 씨앗이 되어 더 크고 많은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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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워싱턴 문인회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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