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CNN이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세계 최고(最古) 숙박 시설을 소개했다. 일본의 전통 료칸 호텔인 게이운칸이었다. CNN은 이곳의 내부를 공개하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살린 최고의 온천 호텔이라고 평가했다.
게이운칸이 처음 문을 연 때는 705년으로 우리나라의 통일신라시대에 해당한다. 이곳은 창업 이후 무려 53대에 걸쳐 1,300년이 넘도록 운영되고 있다. 201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일본에는 게이운칸과 같은 장수 기업들이 많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도쿄상공리서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일본 업체가 2,519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공조 기기, 산업용 기계 등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전체의 4분의 1가량인 23.5%였다.
일본이 ‘제조 강국’으로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현재 일본의 ‘100년 기업’은 총 4만 5,189곳에 이른다. 창업한 지 1,000년이 넘은 회사도 8곳이나 된다. 일본이 ‘장수 기업의 천국’으로 통하는 것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가의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중소기업 경영 승계 원활화법’을 제정해 기업을 물려받은 후계자의 상속·증여세를 유예하거나 면제했다. 2018년에는 세제 혜택을 더 확대한 특례 조치를 도입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을 후대에 전달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일본 사업가들의 장인 정신도 장수 기업의 토대가 됐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회사는 약 7만 5,000곳으로 이 가운데 60%가량이 일본 업체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은 14개사에 불과하다.
장수 기업은 오랜 기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발전시키면서 고용 창출, 신산업 발굴, 지역사회 기여 등과 같은 다양한 순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100년 기업’이 많이 탄생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세계 최고 수준인 징벌적 상속세를 조속히 수술하고 경영인들도 창조와 도전의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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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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