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케이티 로저스가 힐러리 클린턴, 멜라니아 트럼프, 질 바이든 역대 영부인 3인을 조명한 ‘아메리칸우먼: 현대 퍼스트레이디의 변화‘란 책을 최근에 출간했다.
저자는 특히 현대통령의 영부인인 질 바이든에 대해 대통령의 문지기(gatekeeper)라고 묘사하면서, 백악관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inner circle(소수핵심그룹)에 들어가려면 먼저 질여사를 거쳐야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질여사는 바이든이 2022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백신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여러 차례 했을 때 바이든의 최측근들을 모아놓고 “여러분은 도대체 어디 있었느냐?”며 심하게 질책한 일이 있었다.
과유불급, 너무 나간 느낌이다. 또한 대통령 참모들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충성심이라고 직접 강조하는가 하면, 대선전 2019년에 바이든이 흑인 인권운동에 반대했던 전직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에 대해 바이든을 ‘인종분리주의자’라고 비난했던 해리스 부통령과 오랫동안 척을 지고 지냈다.
문제는 바이든은 물론 참모들이 질여사의 질책이나 방조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질여사를 단순히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로 인정하고 퍼스트레이디의 상징적 역할론을 받아들인 것인가?
바이든이 비록 나이가 많고 가끔 건망증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긴 하지만, 명색이 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고 그런 그에게 당연히 부여된 고유의 인사권을 통해 등용된 보좌진들을 상대로 단지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전면에 나서 휘젓는 모양새는 마치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하는 수렴청정하는 대왕대비나 왕후들을 연상시킨다.
수렴청정은 그래도 이해되는 구석이 있다. 조선조 성종의 할머니 정희왕후와 성종의 어머니인 소혜왕후의 경우는 그나마 성공한 예에 속하지만, 대개 수렴청정 기간에는 외척의 발호로 인한 세도정치의 기승으로 왕실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혼란만 초래하였다.
폐쇄된 가족 경영 체제가 아닌, 다양한 경험을 갖고 충분한 학습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오늘날의 복합적인 커뮤니티 안에서 가끔 밑도 끝도 없는 수렴청정류의 행태나 그의 주변에서 마마보이의 기질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민주주의 훈련이 부족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합리적 의문이 들면 피하지말고 꾸준히 논리적인 질문을 던지며 합당한 답변을 요구하는 등 소통의 활성화가 결국에는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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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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