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35년전 8월 어느날 친구지간인 4명의 청년들이 서울 시내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이때 브레이크 고장으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버스가 이들을 덮쳤다. 네명 중 세명은 달려드는 버스를 보고 급히 피해 화를 면했으나 뒤돌아보며 이야기를 하고있던 조홍래군은 그만 버스에 치이고 말았다.
푸른 꿈에 부풀어있던 대학신입생 조홍래군은 이렇게 해서 젊디 젊은 나이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 두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조부모 밑에서 자라야했던 조군에게 운명은 이렇게 또한번 감당키 어려운 가혹한 시련을 안겨준 것이다.
병상에 누워 절망 속에 어두운 나날을 보내고있던 조군에게 어느날 미국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있던 고모부가 찾아왔다. “홍래야, 너를 미국에 데려가 공부시켜 줄테니 아무 걱정말고 재활치료에 힘쓰거라” 고모부의 이 한마디는 암흑속을 헤매던 조홍래군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고 삶에 대한 용기를 되찾게 해주었다. “고모는 시집 간 출가외인이니 절대로 폐를 끼치면 안된다”며 극구 반대하시던 조부모님도 결국 조군의 미국행을 허락해 주셨다.
고모부를 따라 미국에 온 조군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의사부부인 고모부 내외는 조군을 아들로 입양했고 조군과 비슷한 또래들인 고종사촌 3남매도 조군에게 친형제처럼 살갑게 대해주었다.
성격이 밝고 명랑한 조군은 자신이 갖고있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어딜 가든지 당당하고 씩씩했으며 주변사람들도 잘생기고 활달한 조군을 좋아하였다. 조군은 학과공부에도 두각을 나타내어 럿거스 대학을 졸업하고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계속해서 스티븐스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고모부 내외분의 영향을 받은 조군은 뉴저지 사우스 오렌지에 있는 ‘임마큐레이트 컨셉션' 신학대학에 입학하였다. 신앙과 학문에 대한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제로서 갖춰야 할 성품과 덕목을 두루 겸비한 조군은 곧 뉴왁교구 대주교의 눈에 띄었고 그는 조군을 신학대학 입학 1년만에 로마의 그레고리안 신학대학으로 유학 보냈다.
2011년 조군은 사제서품을 받고 조홍래 베드로 신부가 되었다. 조홍래신부는 현재 뉴왁 대교구의 ‘세인트 앤드류' 소신학교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신학대학 경영과 ‘그레고리안' 신학대 박사논문 준비로 바쁜 가운데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한인들을 위한 사목활동에도 힘쓰고있다.
조홍래신부가 한인성당을 찾는 날은 그의 강론을 듣기위해 많은 신자들이 몰려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해박하지만 쉽고, 경건하지만 유모어가 넘치는, 무엇보다도 사랑으로 가득 찬 그의 강론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을 주고있다.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처조카를 미국에 데려와 양육하고 교육시켜 훌륭한 컴퓨터공학자, 수학자, 사제로 키워낸 조신부의 고모부 내외분, 이제는 부모님인 이희영-조루시아 박사는 조홍래 신부를 ‘주님이 주신 크신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뜻과 은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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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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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많은일들이 네탓이아니고 내탓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따라 하늘은 스스로를도울때 되고 안되고가 결정더ㅣ는것 아닌가 여기 어떤 이들은 언제나 남탓으로 돌리며 어거지로 어렵게 살아가는데 정말로 어리석고 한심하고 불쌍한 인간들 이라 할수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