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을 탄 여자’(The Girl on a Motorcycle·1968) ★★★ (5개 만점)
레베카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애인이 있는 독일로 질주하고 있다.
초등학교 선생인 맹물 같은 남편이 옆에 누운 침대에서 결혼 두 달 째인 레베카(마리안 페이스풀)는 자신의 정부 다니엘(알랑 들롱)과의 불타는 정사를 상상하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어 레베카는 알몸 위에 몸에 꼭 끼는 검은 가죽 점프수트를 입은 뒤 할리 데이빗슨 모터사이클을 타고 새벽안개를 뚫고 프랑스 알사스에서 다니엘이 사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향해 질주한다.
통풍이 안 되는 인간 하복부의 욕망의 냄새가 퀴퀴하게 나는 에로틱한 유로 트래쉬의 결정판인 이 영화의 첫 장면이다. 육체에만 탐닉하는 관계를 유치할 정도로 야하고 상스럽고 선정적이며 또 몸살이 나도록 자극적으로 묘사한 이 영화는 지난 1960년대의 프리러브와 반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한 것으로 결점이 있는 레베카라는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알랑 들롱이 파이프를 입에 물고 안경을 쓴 철학교수로 나와 “프리러브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고 신소리를 해대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한창 때의 미모의 들롱과 페이스풀이 땀으로 흠뻑 젖은 알몸으로 전투하듯 하면서 쾌락에 탐닉하는 섹스 신만은 진짜로 화끈하다.
섹스 신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멋있는 것은 다니엘이 자기를 찾아온 레베카를 두 손으로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린 뒤 가죽 옷의 지퍼 고리를 이빨로 물고 위에서 아래로 끌어내리면서 레베카의 탐스런 하얀 속살이 드러나는 장면. 카메라가 두 연인의 주위를 감싸고 뱅글뱅글 돌아 보고 있자니 정신이 다 혼미해진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는 레베카의 회상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대사도 유치하나 솔직하다. “네 몸은 벨벳 케이스 속의 바이올린” “내 몸에 대해선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알아요” 그리고 “나 그 것(레베카의 몸)에 내 손을 대고파 기다릴 수가 없어”라는 말을 듣자니 실소가 터져 나올 지경이다. 컬러가 눈부신 ‘분홍 신’과 ‘흑수선’ 등을 촬영한 영국의 잭 카르디프가 감독한 영화는 레베카가 욕정의 죗값을 치르고야마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끝난다.
1960년대 록그룹 롤링 스톤즈의 리드 싱어 믹 재거의 애인이었던 페이스풀은 가수로서 더 유명하다. 페이스풀의 노래로 우리 귀에 익은 것들로는 ‘애즈 티어즈 고 바이’ ‘디스 리틀 버드’ 및 ‘서머 나이트’ 등이 있다. 그리고 절세 미남 ‘쿨 가이’ 알랑 들롱이 지난 18일 88세로 별세했다. 아디외 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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