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들어서서 사귄 두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골프 코스에서 만난 친구고 다른 한 친구는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다.
나는 잘 하지는 못하지만 골프를 즐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은 골프를 한다. 내가 주로 가는 코스는 메릴랜드 로럴(Luarel)에 있는 건파우더 골프 코스(Gunpowder Golf Course)다. 이 골프 코스는 다른 코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예약이 필요없다. 아무때나 가면 된다. 별로 기다리지 않고 시작 할 수 있다. 둘째, 4명의 조(Foursome)가 꼭 필요하지 않는다. 혼자 돌아도 괜찮다. 다른 골퍼와 조를 짜도 괜찮다. 셋째, 다른 골프 코스에 비해 한국인 골퍼들이 훨씬 많다. 아마 골퍼 80%가 한국인인 것 같다. 넷째, 그린 피(Green Fee)가 너무 싸다. 걸으면 그린 피가 17달러다. 나는 카트를 타지 않는다. 다섯째, 코스에 언덕이 너무 많다. 나는 이렇게 언덕이 많은 코스를 보지 못했다. 숨이 확확 찬다.
나와 함께 여러 해 동안 같이 골프를 즐기던 골퍼들이 이제는 나이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골프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골프 외톨이가 됐다. 때문에 나는 혼자 건파우더 골프 코스로 간다. 한 5개월 전 혼자 골프를 하고 있는데 앞서가던 한 백인 골퍼가 나하고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여든 둘인 스티브라고 하는 이 골퍼도 나처럼 같이 하던 동료들이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어 혼자 되었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로 10여년 전에 은퇴한 이 친구는 1년전 암으로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자식들은 모두 외지에 가있으며 주위 친구들도 하나 둘 곁을 떠났다고 했다. 우리 둘은 라운딩을 하는 동안 많은 옛날, 현실, 미래등을 나누었다. 문화권이 다르지만 우리는 많은 공감하는 점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친구가 아쉽다는 것이다. 골프가 끝난 후 우리는 간단히 점심을 나누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우리 둘은 한 팀이 되어 지금도 골프를 즐기고 있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나는 1950년 후반 대학 재학 중 서울 소공동 국립도서관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도서관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도서관은 책을 통해서 늘 나에게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내가 지적으로 자라게하는 원동력이 도서관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서 도서관학을 공부했다. 1960년대 후반 미국 대학원에서 도서관학 석사학위를 받고 메릴랜드주립대학에서 15년간 사서로 근무하면서 도서관은 내 인생 행로의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지적 친구가 되었다.
그 후 나는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단에 섰다. 대학 교수를 은퇴한지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지금도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래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동네 도서관(Miller's Branch of Howard County Library System)을 찾는다. 이 도서관은 다른 도서관에 비해 많은 비영어권 책들을 장서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서 또 한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교사를 지낸 밥이라는 백인 친구다. 실은 이 친구는 내가 40대 초반일 때 한 동네에서 한 4년간 살았는데 우리가 이사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당시 공통점들이 많아 우리는 가깝게 지냈다.
영문학을 전공한 밥도 나처럼 도서관을 사랑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은 도서관에 나온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의 공통점을 나누는 이야기를 한다. 밥도 주위 친구들이 거의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나처럼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한번 만난다. 나이가 들면서 관계와 소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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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욱 전 한동대 교수 사회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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