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내 AI가 노벨상 수상”
▶“다음 차례 올트먼” 밈까지
▶ 이젠 과학 분야 중심 부상
▶‘위협 대비해야’ 경고 확산
올해 노벨상에서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잇따라 수상자로 등극하면서 AI가 현대 과학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수상은 2022년 11월 챗GPT로 열풍이 불기 시작한 AI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학으로 공식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주로 순수 학문 분야에 수여돼던 노벨상 무대의 중심에 AI가 서게 된 셈이다. 9일까지 발표된 과학계 노벨상 3개 부문 가운데 AI는 생리의학상을 제외한 2개 부문을 ‘접수’했다. AI 연구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화학상 수상자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딥마인드 연구원 존 점퍼(39)가 이름을 올렸다. 전날 발표된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구글을 떠난 힌턴 교수까지 합하면 3명이 빅테크 구글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다.
AI 분야의 잇따른 노벨상 수상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노벨상이 인간의 창의성이나 과학적 발견에 대한 순수 학문 연구에 주어졌다는 점에서다. AI는 순수 학문보다는 프로그램이자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AFP 통신은 “AI는 오랜 기간 동안 과학의 변방에서 종종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자금도 지원받지 못했지만, 한 주에 두 개의 노벨상 수상은 마침내 햇빛을 받을 때가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AI는 1950∼60년대 초보적인 챗봇, 번역기,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초기 실험 중 상당수는 성공하지 못했고 연구자들은 ‘AI의 겨울’로 알려진 1970년∼90년대에 연구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들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기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삶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발전하면서 과거의 변방에서 이제는 과학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킹스 컬리지 런던의 엘레나 심펄 정보학과 교수는 “AI가 과학을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 그 역할은 매우 크며,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상 수상은 이런 AI의 역할을 인정하고 동시에 컴퓨팅 기술 발전에 있어 학문 간 융합의 중요성도 함께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AI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인정받으면서 앞으로 관련 연구자들의 노벨상 수상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킹스 컬리지 런던의 엘레나 심펄 정보학과 교수는 “AI 선구자들이 노벨상을 받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상을 하도록) 장려돼야 한다”며 “이제 새로운 노벨상 카테고리가 생길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과학자들이 화학상 후보로 고려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던 글로벌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과학정보연구소의 연구분석 책임자인 데이비드 펜들베리는 “향후 10년간 AI에 기반한 발견이 노벨상을 받지 않는다면 놀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 후 온라인에서는 ‘챗GPT 아버지’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다음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밈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힌턴 교수는 ‘AI 종말론자’로 불릴 정도로 AI 기술의 인류 위협을 경고해온 AI 규제론자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구글을 떠나면서 AI의 발전을 “무섭다”고 언급한 바 있다.
힌턴 교수와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홉필드 교수도 수상소감 온라인 회견에서 “물리학자로서 저는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에 큰 불안함을 느낀다”라며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AI 기술발전에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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