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케이스를 진행하다 보면 일반 민사와는 달리, 소송 당사자간에 원만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실감할 때가 많습니다. 일반 민사의 경우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서로 제 삼자인 경우가 많지만, 이혼이나 양육권 소송의 경우,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부부 또는 유사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둘 사이에 자녀가 있는 경우, 이혼으로 법적인 혼인관계는 끝날지라도,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관계는 계속됩니다. 서로 간에 보기 싫더라도, 자녀 양육에 관해서는 함께 이성적으로 대화하고 의논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어느 방문권 케이스의 경우, 부부는 몇 년 전에 이혼을 했고, 엄마가 주 양육자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혼 후에도 엄마 아빠의 사이는 매우 나빴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중동국가에서 온 부부는 의대 재학 중에 만나서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과 함께 아내는 딸의 양육과 남편 뒷바라지에 전념하면서, 의사가 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매우 가부장적이고 나르시스트 성향이 있는 남편은, 아내에게 폭언과 강압적인 행동을 많이 했고, 딸이 원치 않는 이슬람교도로 살 것을 강요했습니다. 아내가 이혼을 결심하고 별거에 들어간 시점부터 둘은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놓고 계속되는 전쟁 속에 살았습니다.
예를 들면, 딸이 아빠의 전화를 조금이라도 늦게 받으면, 아빠는 바로 경찰이나 Child Protective Services에 신고를 했고, 아내와 딸은 틈만 나면 양육권을 뺏으려는 아빠의 무리하고 과격한 행동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딸은 고등학생이 되자, 현재 타 주에 살고 있는 아빠와의 전화통화는 물론 방문 일체를 거부했습니다. 딸은 심각한 불안증세 때문에 아빠와의 연락 자체를 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았지만, 딸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딸의 증세가 심각해서 과거 법원판결문에 나온 방문 스케쥴을 이행할 수 없게 되자, 엄마는 필자를 찾아왔습니다. 아빠가 판결문 위반으로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선제적인 해결책으로 법원에 방문권 조정신청을 했습니다.
한편, 엄마의 방해 때문이 아니라, 아이의 심각한 불안증세 때문에 방문 스케쥴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마련했습니다. 법원은 고등학생 자녀의 불안증세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심리평가를 통한 전문가의 소견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이전 판결문은 조정이 되었고, 아이는 아빠와의 관계개선과 원활한 방문 스케쥴을 목표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의사인 아빠는 하나뿐인 딸이 자신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아이는 아빠와의 연락 자체를 거부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엄마와 살고 싶어하는 딸의 의사를 무시하고, 양육권을 뺐어 오려는 아빠의 무리하고 공격적인 시도들이 딸에게 큰 정서적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자녀를 독점적 소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모 모두가 자녀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면서, 자녀의 복지와 미래를 위해서는 서로 건설적인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원만하게 협력하지 못하고 분쟁이 계속될 경우, 그 부작용은 아이에게 매우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문의 (703)593-9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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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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