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미 대선 결과 ‘촉각’
▶ EU “트럼프, 방위비·관세 인상”
▶이란은 ‘핵 합의 복원·개발’ 기로
▶해리스도 중 반도체 규제 등 압박
미국 대선은 결과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 갈등 등 세계 정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까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 가운데 각국은 선거 결과가 자국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토머스 섀넌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번 선거는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미국 내 논쟁이 한창인 시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입장에서 ‘트럼프의 복귀’는 지역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유럽 방위의 근간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도 회의적인 발언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다만 해리스가 당선된다고 해도 안보에 있어 미국 의존을 줄이려는 ‘탈 미국’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역도 걱정거리다. 트럼프는 EU를 ‘작은 중국’이라고 부르며 적대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수입차에 10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그의 공약은 독일 등 자동차 산업이 주력인 국가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중동의 이슈는 단연 전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기 때 극도로 이스라엘 편향적이었던 트럼프식 외교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 적대시가 두드러지는 트럼프의 복귀를 강력히 경계하며 트럼프 복귀 시 핵 개발 가속화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해리스 당선 시 이스라엘은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 연장선상에서 대응하면서 지금처럼 미국에 대한 높은 정치적 의존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핵 합의 복원을 기대하는 이란은 해리스가 2015년 핵 합의를 주도한 버락 오바마의 가치를 공유하기를 바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미국 대선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통상 정책이다. 트럼프는 대중 관세를 일률적으로 60%로 인상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대만 침공 시 이를 150~200%까지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10%의 일률 관세를 도입하고 중국과 유로존도 같은 비율의 관세를 설정할 경우 세계 무역의 4분의 1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리스가 당선되더라도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등 대중 압박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가 둔화된 중국이 내수 부족 장기화로 저가 제품을 대량 수출하는 ‘디플레이션 수출’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아시아와 남미 등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이 늘면서 각국의 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왕이웨이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승리해 이러한 정책을 실행한다면 전 세계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의 유지와 함께 미국발 관세 역풍에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트럼프 정권과 밀월 관계를 구축했던 일본은 바이든 정권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미일은 물론 악화됐던 한일 관계도 개선해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를 확고히 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당선인으로 확정된 후 취임식 전 방미해 관계 구축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가 중국 외에도 일본을 포함한 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원칙적으로 10~2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인 데다 방위비 부담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일본이 내심 해리스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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