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추억의 명화 ‘그랜드 일루전’ (Grand Illusion·1937) ★★★★★ (5개 만점)
▶ 인간성ㆍ감정이 충만한 드라마로
▶탈출 모험과 로맨스까지 곁들인
▶군인들의 우정ㆍ명예ㆍ희생 그려

프랑스군 대위 봐디에(왼쪽)와 독일군 대위 라우펜슈타인은 적 사이지만 서로를 존경한다.
반전영화의 최고걸작 중 하나로 이 프랑스 영화를 감독한 장 르놔르(화가 오귀스트 르놔르의 아들)는 “이 영화는 정치적 경계선을 초월한 인류의 형제애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전쟁에 대한 기소영화이지만 훈계조가 아니라 그 같은 의미를 미묘하고 품위 있게 얘기하고 있다. 지적인 도덕영화이면서 또 인간성과감정이 충만한 드라마로 반전 메시지와 함께 군인들의 우정과 명예와 희생 그리고 탈출 모험과 로맨스까지 곁들인 깊은 영혼을 간직한 영화다.
1차대전시 독일 땅. 적군을 정찰 중이던 프랑스군 봐디에 대위(피에르 프레스네이)와 마샬 소위(장 가뱅)가 탄 정찰기가 독일군 라우펜슈타인 대위(에릭 폰 슈트로하임)에 의해 격추되면서 두 사람은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두 프랑스 군 장교를 장교식당에서 예의를 갖춰 정중히 접대하는 라우펜슈타인의 모습에서 기사도정신이 감지된다.
두 사람에게 배당된 숙소의 프랑스군 포로들은 탈출용 땅굴을 파나 거사직전모두 탈출이 불가능한 옛 요소로 이송된다. 여기서 봐디에와 마르셀은 부상을 크게 입어 목에 쇠 턱받이를 하고 쇠 코르셋으로 상체를 유지하는 수용소장 라우펜슈타인과 재회한다.
마르셀과 또 다른 포로로 유대인인 로장탈(달리오)은 봐디에의 희생으로 요새를 탈출, 스위스 접경지대에서 어린 딸과 함께 혼자 사는 아름다운 전쟁 미망인 엘자(디타 팔로)의 집에 몸을 맡긴다. 두 남자는 잠시 목가적인 삶을 즐기면서 마레샬과 엘자는 사랑까지 하게 되나 마레샬은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로장탈과 스위스로 떠난다.
세 주연 남우의 연기에 의해 표현되는 깊고 풍부한 성격묘사와 각기 다른 스타일이 보기 좋은데 특히 폰 슈트로하임의 무표정 속 민감한 연기가 경탄스럽다. 용기와 불굴의 낙천성과 희망을 간직한 우아한 귀족적 영화로 르놔르는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인류 보편적인 인간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투 장면 하나 없는 아름다운 전쟁영화로 오손 웰즈가 “내가 이 세상에서 구원할 단 하나의 영화가 있다면 그 것은 ‘그랜드 일루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