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많다. 당사자에게는 시간이 지나면 술자리의 안주거리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영웅담이 되기도 한다.
소위 ‘라떼는 말이야’처럼, 물론 이 말은 ‘나 때는 말이야’라는 의미로 옛날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는 요즘 시대의 은어다.
미국에 살기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쩌면 ‘생활’이라는 표현보다는 더 절박한 ‘생존’을 해야 할 때다. 25년 전 즈음의 일이니 당시엔 핸드폰이 보편화된 시기도 아니다.
한 손님과의 약속이 있었다. 나름대로 계산하고 약속 시간을 정했다고 생각했는데 큰 아이의 축구 연습이 늦게 끝났다.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고, 손님과의 약속 장소로 가면 늦을 거 같아서 아이를 근처 맥도널드에 놓고, 아이의 손에 20불을 쥐어 주면서 말했다.
“좋아하는 햄버거랑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있어. 모르는 사람이 가자고 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 돼. 엄마 금방 올게”라고 신신당부하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짓을 했다.
세상이 다 내 맘대로 되지 않듯이 손님과의 만남은 예상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마음은 초조해지고 아이가 걱정됐다. 물론 지금이라면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떠났을 텐데 말이다. 당시에는 그 몇 푼이 우리 네 식구의 끼니와 연결이 되니 쉽게 떠날 상황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합리화하지만 말이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아들 녀석은 그 맥도널드 가게를 지나 갈 때면, 혼자 남겨진 당시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난다고 한다. 굳이 당시 상황에 대한 핑계나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미안할 뿐이다. 다 큰 아이도 그 때 엄마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말에 그 아들이 간단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병원에서 보호자가 있어야 한단다. 엄마는 항상 바쁘니 동네 친구한테 부탁하겠다고 했다. 맥도널드에 혼자 남겨질 때의 불안함과 같은 마음일 거 같아서, 내가 간다고 했다.
이제는 다 큰 성인이지만, 여전히 엄마한테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울러 25년 전 맥도널드에 놓고 간 그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상쇄하고도 싶었다.
어쩌면 우리의 행동은 대상에 상관없이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것들도 많다. 지금 내가 그러니 말이다. 다행히 아들의 수술은 잘 끝났고, 건강하게 회복 중이다.
문의 (703)625-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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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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