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 사이트를 열심히 들락거리며 새로고침해 본다. 운영하는 에어비앤비가 있는 빅베어에 눈 소식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주일 내에는 눈 예보가 없다.
빅베어는 엘에이에서 두 시간 거리에 눈을 볼 수 있고 큰 호수를 끼고 스키장들이 세 곳이나 있어 이곳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겨울 여행지이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11월 첫눈 이후 한 번도 눈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겨울 성수기를 맞아 들떠 있던 나와 빅베어 상인들은 요즘 울상이다.
스키장과 썰매장들은 인공눈으로 손님을 맞이해 보지만 역부족이다. 겨울 한 철 장사로 일 년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빅베어에 12월에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이 십수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4월까지 눈이 퍼부어 눈을 치우러 힘겹게 몇 번이나 산을 올랐는데 이제는 그때가 그리울 정도다.
지난해 산장 앞 눈을 치우면서 이 놈의 눈 좀 그만 와라 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올 겨울, 이렇게까지 눈이 오기를 기다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눈이 와도 걱정이지만 안 오는 것은 더 큰 일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눈 보며 자랄 일이 많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구입한 빅베어의 산장인데 말이다. 올 겨울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스노 부츠가 제 쓸모를 기다리며 거라지 한편에 덩그러니 앉아 있다. 아이들과 둘을 빼닮은 눈사람도 만들고 소복이 쌓인 눈을 서걱서걱 밟는 그 소리를 많이 들려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다.
글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자고 일어났는데 습관적으로 켜 본 빅베어 집 감시 카메라에 새하얀 눈 옷을 입은 산 전경이 보였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눈을 다시 치켜떠 본다. 우와 눈이다! 육성으로 외쳐 버렸다.
새해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렇게 하루아침에 눈 하나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아침부터 내 SNS와 카톡방에 빅베어 눈 사진을 올리며 한바탕 호들갑을 떨었다. 눈이 와 미끄러운 도로가 조금 정리가 되면 산장에 온 눈을 치우러 가야겠지만 이번 산행은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간 밤의 눈을 시작으로 이제 스키장도 활력을 되찾고 빅베어 식당과 상점들도 사람들이 들어 찰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 산장에도 숙박객들이 더 찾아와 아름다운 빅베어의 겨울을 즐기길 바란다. 다음번 빅베어를 찾았을 때는 눈 밭에서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
새해 첫 주부터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말짱 도루묵이 되었으니 올 한 해 일어나는 기쁜 일, 슬픈 일에 온전히 기뻐하고 또 때로는 울며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한 해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이 늘 좋을 수만은 없고 오르락내리락거리는 롤러코스터라면 기쁜 일에는 크게 웃고 나쁜 일은 지혜롭게 또 넘어서보자. 2025년의 롤러코스터가 이제 막 출발선에서 나아간다. 안전바를 꽉 잡고 앞으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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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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