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을 설립해 대박을 터뜨린 제프 베조스는 1999년 운명을 바꿀 영화를 한 편 봤다. 실존 인물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엔지니어 호머 히컴이 어린 시절 탄광 마을에서 불우한 환경을 딛고 발사체(로켓) 개발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옥토버 스카이(October Sky)’라는 영화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베조스는 사재를 털어 이듬해 9월 새 회사를 창업한다. 스페이스X와 쌍벽을 이루는 민간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이다. 블루오리진은 인류의 우주 시대를 열 기원(origin)인 푸른 별 지구를 뜻한다.
블루오리진은 기존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우주 공간에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로켓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를 위해 25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초대형 우주로켓 ‘뉴 글렌’의 첫 발사를 몇 차례의 일정 변경 끝에 이달 16일 실행한다. 블루오리진은 우주 궤도 수송선 ‘블루링’도 자체 개발했다. 이를 뉴 글렌에 탑재해 발사에 성공하면 우주 물류 서비스 산업의 중간 거점을 선점할 수 있다. 또 뉴 글렌에 대규모 통신 위성군을 실어 지구 궤도에 띄우면 전 세계를 망라하는 무선 인터넷 통신 서비스망을 구축하게 된다.
베조스는 우주 사업에 집중하려고 2021년 아마존의 경영에서 손을 뗐다. 아마존 주식 등을 판 돈으로는 블루오리진에 100억 달러 이상이나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천문학적 사업 비용을 홀로 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블루오리진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것이 미국 정부다. 나사가 정권을 초월한 대규모 우주 탐사 사업 발주로 블루오리진의 젖줄이 돼 줬다. 블루오리진은 올해 달 탐사에도 나설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맞물려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될 듯하다. 한국에선 한화그룹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자본·기술·인재 측면에서 아직은 중과부적이다. 우리도 2040년 1조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우주 산업 공략을 위해 민관정 국가 총력전을 펴야 한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