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읽었던 중국 고서에 ‘열국지’라는 책이 있다. 어려서 읽은 책이라 전체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큰 얼개 내용만 생각난다. 그 책 내용 중에 만두에 관한 유래가 나온다.
한국은 추석에, 미국은 추수 감사절에, 그 해 지은 농작물과 과일을 조상과 신께 올리면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중국 역시 가을 추수가 끝나면 조상과 신께 감사 제사를 드리는 풍습이 있었나보다. 제사상에 올리는 가장 중요한 물건은 살아있는 사람을 잡아 죽여 벤 머리다. 그 머리를 제사상에 재물로 올리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끔찍하고 비과학적인 문화다. 살아있는 사람의 목을 베어 제사상에 올리다니.
당시에 이 풍습은 신앙과 같아서 사람들은 한 해도 이 풍습을 거르지 않았다. 신앙이나 신념은 행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를 잡아 제사상에 올릴 지 결정할 수가 없으니, 한 밤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자기에 씌워 잡아 죽인 후, 그 목을 제사상에 올렸다. 다음 날이 되어 어떤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이 지난 밤에 보자기에 씌워 재물이 된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그 마을에 새로운 현감이 부임했다. 가을이 되어 사람들은 어김없이 올해는 누가 보자기에 잡혀 와서 재물이 될 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이 현감은 살아있는 사람을 잡아 조상이나 신께 재물로 바치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못 할 짓이며 결코 올바른 풍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궁리 끝에 묘책을 짜냈다. 아무도 모르게 보자기에 싼 사람 머리의 크기와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기로 한 것이다. 곡물 반죽을 크게 해서 보자기의 모양을 하고, 그 안에 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어 제사상에 올린 것이다. 이것이 만두의 유래다.
연말에 타 주에 사는 두 아이들이 왔다. 올해는 직접 만두를 만들어 돌아갈 때 싸 보낼 요량으로 재료를 넉넉히 준비했다. 만두를 직접 만든 것이 10여년 만인가 보다. 나에게 ‘넉넉’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식당 일주일 치의 양이다. 주부 경력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음식의 양 조절을 하지 못해 무엇을 만들어도 항상 양이 많아진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들 녀석은 만두 속재료-‘만두소’라고 부름-만드는 것부터 옆에서 거든다. 이번에도 양 조절에 실패한 나는 100인분 정도의 만두를 두 아이들과 함께 새벽 2시까지 빚었다.
예상했던 대로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 저절로 냉장고 정리를 할 수 밖에 없다. 덕분에 냉장고 저 깊숙이 있던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은 새로 만든 만두로 대체됐다. 지난 연말 우리 집 풍경이다.
문의 (703)625-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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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정 갤럭시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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