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가젤은 가늘고 긴 다리로 빠르게 뛰어다니며 천적을 피한다. 같은 초식 동물이지만 코끼리의 경쟁력은 어마어마한 몸 그 자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버치는 1979년 ‘일자리 창출 과정’이라는 보고서에서 덩치는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가젤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월마트처럼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었다가 필요에 따라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는 거대 기업에는 ‘코끼리 기업’이라는 명칭을 달아줬다.
■일반적으로 가젤 기업은 매출액 또는 피고용자 수가 3년 연속 20% 이상씩 고속 성장하는 기업을 말한다. 빨리 달리고 높이 뛰는 가젤처럼 빠른 성장과 높은 고용을 꾸준히 이어가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뜻한다. 이 가운데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회사는 ‘슈퍼 가젤 기업’으로 불린다. 고용 효과가 강력한 가젤 기업은 ‘일자리 창조자’로 지칭된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 고도화에 따라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자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가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세제·재정·금융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속 성장에 제동이 걸린 중국도 가젤 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이달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니콘 기업과 가젤 기업의 발전을 지원해 더 많은 기업들이 새 분야에서 가속도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가젤 기업 수는 2021년 1385개, 2022년 1467개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3년에는 1404개로 감소했다. 내수 부진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격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젤 기업의 증가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규제 사슬 혁파와 신산업 지원 등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가젤 기업들이 탄생하고 질 좋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도 늘어난다.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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