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운동은 막고 “투표만 하라” 이중 잣대
▶ “재외 한인사회 차별 도 넘었다” 부글부글
▶ “재외국민 정치 표현자유 침해” 반발 확산
▶ “헌재 위헌심판 청구해서라도 악법 바꿔야”
LA를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에서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의 무리한 법 집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광고를 한인 언론에 게재한 LA 한인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면서, 재외국민의 정치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차단하는 ‘악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일 ‘재미 국민의힘 대통령 경선 후보 김문수 후원회’ 명의로 김 후보의 사진과 지지 문구가 담긴 광고를 본보 4월22일자에 게재한 현영수 씨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은 즉각 “현 씨는 캠프와 공식적으로 무관한 인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선관위는 “수차례 질의에도 현 씨가 응답하지 않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재외국민의 정치 참여 권리에 대한 구조적 제약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한국 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면서도, 재외국민에게는 신문 광고, 현수막, 피켓, 인쇄물 등 모든 직접적인 지지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도 금지돼 사실상 “선거운동은 하지 말고 투표만 하라”는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LA에서 열린 홍준표 후보 지지 모임 역시 논란이 됐다. 이 모임을 주도한 배무한 전 LA 한인회장은 중앙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정광식 LA 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관은 “배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고, 이를 받아들여 경고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재외국민이 정치적 의사 표현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사모’와 김두관 후보 지지 광고가 각각 워싱턴과 뉴욕의 한인 언론에 실리며 수사 의뢰된 바 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뉴욕 한인사회에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광고를 게재한 장모 씨는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 조치가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에게 여권 반납 명령이나 입국 금지 등 중대한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소시효도 국내보다 긴 5년으로, 재외국민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정치적 발언으로 장기간 범법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상황이다.
중앙선관위는 지지 활동 금지의 이유로 국가 간 선거 인프라의 불균형, 해당국 내 정치적 민감성,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로 기본권을 억제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재외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재외국민이 국내 유권자와 동등한 정치 참여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표는 달라고 하면서 입은 막겠다는 것이냐”며 “재외 한인사회 차별이 도를 넘은 것”이라는 비판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단체들은 향후 개선 방향으로 ▲등록된 지지 모임에 한해 일정한 선거운동 허용 ▲정당 및 후보자 정책 홍보 허용 ▲각국 사정에 맞는 유연한 제도 설계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한 한인 단체장은 “지나치게 강경한 법 집행이 오히려 재외국민의 정치적 무관심과 소외를 불러오고 있다”며 “재외국민은 헌법적 권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국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해서라도 반드시 법 개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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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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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이재명 광고 해야 소송하지 않는 이상한 사이비 같은 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