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 운명 알아서 정해야”…인권 탄압 외면 우려도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해 앞으로 미국이 중동 국가의 일에 더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포하면서 그 자리에 모인 아랍 국가 주요 인사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아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포럼 연설에서 미국은 더 이상 다른 국가의 재건이나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초강대국들이 더 이상 중동 국가들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훈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연설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간 미국의 이전 정권들이 펼쳐 온 중동 개입 정책에 대해 "결국 소위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이들은 그들이 건설한 것보다 더 많은 국가들을 망가뜨렸다"고 비난하며 "개입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복잡한 사회에 간섭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 지역의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방식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청중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수십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중동 정책의 방향성을 완전히 뒤집은 이날 연설 영상은 중동 여러 국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빠르게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까지 중동의 핵심 사안마다 이뤄져 온 미국의 개입에 반감을 갖고 있던 일부 주민과 중동의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고 있다.
예멘 수도 사나의 한 식당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무함마드(31)는 미국의 공습과 제재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국가 주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교장관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꽤 중대한 것이었다"면서 연설 내용이 "파트너십과 상호 존중의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중동 정책이 일부 국가들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탄압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중동 방문에서 사우디의 실권자이자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자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놀라운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등 밀착을 과시했다.
이는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과거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빈살만 왕세자 앞에서 2018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언급했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였다고 NYT는 짚었다.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글을 올렸다가 당국에 체포됐던 미국-사우디 이중국적자 사드 알마디(75)의 아들 이브라힘 알마디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의 아버지가 당한 것과 같은 일을 '정상화'하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드 알마디는 이후 풀려났지만 현재 사우디에서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우디 출신 인권운동가 압둘라 알라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억만장자들과 '반대 세력들을 잔혹하게 침묵시켜 온 권위주의 지도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면서 중동이 지역 주민들에 의해 건설됐다고 칭찬한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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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이라크 시리아 를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