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싱크탱크 보고서… “개도국 부채함정 빠뜨린 뒤 정치적 압박”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해 돈을 빌린 세계 75개 최빈국이 올해 30조원이 넘는 부채를 상환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주 외교정책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75개국이 역대 최대 규모인 220억 달러(약 30조원)의 부채를 상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모든 개발도상국이 올 한 해 상환할 전체 원리금(350억 달러·약 48조원)의 60%가 넘는 것이라고 로위 연구소는 짚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차관 제공 액수가 2010년대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한 반면 부채 상환액은 2020년대 들어 급증세를 보인다고 소개했다.
통상 3∼5년의 유예기간과 15∼20년의 만기를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했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까닭에 상환도 비슷한 시점에 몰려서 진행되게 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그리고 2020년대의 나머지 몇 년간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은행가이기보다 채권 추심 업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해당국의 보건·교육·기후변화 대응 등과 관련한 지출이 제약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대출은 가장 필요한 시점에 딱 맞춰 주저앉았다"고 비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세계 150여개국의 교량과 항만, 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 확충 사업을 지원해 왔다.
이 국가들이 중국에서 빌린 돈은 2016년 기준 500억 달러(약 68조6천억원)를 넘어, 해당 국가들에 서방이 지닌 채권 총액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됐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개도국이 지고 있는 양자간 부채의 26%는 중국에서 빌린 것이다. 최빈국과 경제 취약국에서는 이러한 비율이 50%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투자는 인프라를 확충할 자금이 항상 부족했던 개도국의 환영을 받았지만, 서방에선 참여국을 '부채의 덫'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정상적으로는 갚을 수 없을 만큼 큰돈을 빌려줌으로써 해당국의 정치·외교·경제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중국은 물론, 일대일로에 참여한 대다수 국가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만 로위 연구소는 상환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이 '정치적 지렛대'를 지닐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초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외원조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고 원조액을 대폭 삭감한 상황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일대일로에 참여한 일부 개도국에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외교 기조를 뒤집는 등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로위 연구소는 "(최근) 대규모 신규 대출을 제공받은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솔로몬 제도, 부르키나파소, 도미니카 공화국은 모두 18개월 사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손을 잡은 국가들"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위 연구소는 "(중국은) 취약국의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부채를 구조조정하라는 외교적 압력과, 자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간 만큼 대출한 돈을 돌려받으라는 국내적 압박 사이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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