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날이 다가온다.
왠일인지 ‘아버지’라는 단어는 ‘어머니’만큼 가슴이 찡하지도, 눈물이 고이지도 않는다. 우리 어렸을 적 아버지는 저녁에나 잠깐 보고 그저 어렵고 무서웠던 존재였던 것 같다.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어머니는 감싸주고 내편을 들어주지만 아버지는 따끔하게 야단치셨던 기억이 난다. 야단 맞을 때마다 어머니가 편을 들어주셨기에 내가 많이 잘못했다는 생각을 안하고 괜히 아버지가 미웠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보니 아버지 말씀은 나를 위한 진정한 조언이었음을 나는 안다.
아버지 돌아가신지가 벌써 7년이 되었다. 난 나이가 먹으면서 아버지와 꽤 가까웠다. 아버지는 나를 공부시키느라 하루도 쉬지 않으시고 일주일 내내 일하셨던 분이다. 한번도 내게 “너 밀어주느라 내 등골이 빠졌다”고 이야기 하신 적도 없다.
그런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내곁으로 오셨다. 난 아버지의 미국 정착을 위해 내 깐에는 정말 시간내고 정성껏 도와드렸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 내가 한 일을 일일이 말씀드리고 내가 얼마나 시간내서 고생했는지를 다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맞다! 생색을 낸 것이다.
그때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차마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고생하고 키웠는데 잠깐 나를 도와준 것 같고 그렇게 생색 내느냐고 말씀하시고 싶은 것을 겨우 참으시고 화가 난 얼굴색으로 변하셨던 것을 난 기억한다.
얼마 전에 아들에게 잠깐 서운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떠난 후 같이 살게 된 아들이 조그마한 일이라도 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한듯, 아님 화장지라도 사오는 날이면 자기가 사왔다고 생색을 내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니 생활 전체를 내가 하는데 그 작은 일 하나 도와줘도 말을 하고 물건 하나만 사와도 마치 자기가 큰일을 한 것 처럼 말하는 그 모습속에 옛날 나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릇된 나의 행동을 물려준게 아닌가 싶어 아버지께 몹시 죄송했다. 난 그때는 몰랐다. 필경 내 아들도 지금 모르고 있는 것처럼…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부모가 해주는 모든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고 자식은 아주 작은 일에도 생색을 내니 말이다. 이런 모습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주는 것에 익숙한 부모, 받는 것이 당연한 자식 사이에 감사가 실종된 것에 있지 않을까.
아버지는 항상 “보는 게 정이요, 혀 밑에 정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즉 아버지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뜻이다. 결국 아버지에 대한 효도는 감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감사할 때 서로 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감사하지 않을 때 내가 아버지에게 해 준 것만 주장하고 불효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모에 대한 감사 뿐만 아니라 형제간에 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감사하지 않으면 관계가 무너지기 쉬운 것이다. 요즈음 세상의 인간관계에서도 감사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재산이 많은 부모는 대접을 받고 재산이 없는 부모는 자식의 짐이 되어버린 것 같은 세상 말이다.
돈이 인격위에 군림하고 있는 세상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많다.
누구나 자기가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말로는 다 이해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 다 커버린 자식의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 젊은 자식들이여! 더 나이들어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부모에게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부모를 이해하고 사랑해 드리기를 부탁한다.
아버지의 날이 다가오니 아버지가 더 그립다.
<
전종준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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