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0년대 중반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해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고민했다. 특히 통신용 지상 기지국 등을 설치하기 어려운 격오지나 저개발국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각했다. 베이조스는 대안으로 우주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쏘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바로 ‘프로젝트 카이퍼’다. 태양에서 약 30~50광년 떨어진 곳에서 띠를 이루며 공전하는 작은 천체들의 군집인 ‘카이퍼 벨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베이조스는 2019년 4월 프로젝트 카이퍼 사업을 공식 발표했다. 2029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3232기의 소형 통신위성들을 띄워 전 세계인들이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아마존은 이 통신망을 활용해 자사의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쇼핑, 광고,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파생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또 정부 기관과 군·기업 등을 상대로 물류·농업·방재·안보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글로벌 농업 기업이 남미 오지 농장의 기상 정보, 토양 상태 정보를 위성 인터넷으로 파악하고 농기계와 드론 등을 원격제어해 자동으로 농약·비료를 살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아마존은 내년 7월까지 목표의 약 절반인 1618기의 위성을 띄우기로 했다. 2027년까지 1만 2000기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띄우겠다는 경쟁사 스페이스X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 사업들의 추진 과정에서 저궤도 통신위성 사업을 허가하고 통신용 주파수를 할당해준 미국 정부의 규제 혁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는 일명 ‘RDOF 사업’을 통해 8억 달러대 보조금을 지급하며 재원 마련을 도왔다. 중국도 2030년까지 저궤도 통신위성 1만 5000기를 쏘기로 했다. 주요국들이 이같이 뛰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6G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개발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더 적극적인 규제 혁파와 재정 지원으로 뒷받침하면서 민간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 우주 기반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할 때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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