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이었는지 3학년때 우리 반 학생들이 복도에 우르르 몰려 밖을 내다 보길래 나도 내다 보니 젊은 엄마가 자기 아들에게 팔뚝만한 김밥을 가져와 먹이고 있어 요새 흔한 김밥을 그 때 처음 봤다.
박정희 대통령때까지 6.25전쟁으로 파괴된 대한민국을 재건하느라 여념이 없는데도 서울 사람들은 김을 먹었겠지만 시골은 가을 타작하고 벼를 저장하는 곳간이 왠만한 초가삼간만 했던 우리도 식구가 많아 굽는 시간이 많이 걸려 많이 먹지 못했고 고방에 둔 생김을 몰래 먹었다.
낌새를 알아 차리신 부모님은 생김을 먹다가 목에 달라 붙어 죽은 사람도 있다고 주의를 주셨다. 할아버지 상에 매일 올라가고 아버님께서 신장염을 앓으셔서 건강식으로 상에 올라 갔다.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가 자란 가정이 가난해서 가난이 어머니라고 하시면서 농촌에선 뽕나무를 많이 심으시요, 누에를 많이 기르시요, 어민들에겐 김을 많이 생산하세요, 독려를 하니 김 판로가 막힐 정도로 생산이 많아 박 대통령을 비롯해 위정자들이 난처해졌다. 이 때 구세주로 나선 이가 전국 식품점을 설탕으로 장악하고 있던 제일제당의 이병철씨. 팔리지 않아 적체된 김 전량을 사들여 어민들의 눈물을 거둬 드렸고 위정자들도 한숨 돌리게 했고 전국 도소매업소에 설탕처럼 김을 보급해 전국민을 상대로 소비했다. 그렇게 팔리지 않았던 김이 지금은 식료 수출품으로 라면에 이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브라질로 이민 간 사람들은 열악한 한국의 외환사정으로 돈을 가져 갈순 없고 물건을 가져가게 돼 있어 부피는 작고 비싼 김을 가져가 일본사람을 찾아가 팔아 이민 밑천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 사극 ‘대장금’이 큰 인기를 얻었다는 이란에서 검은 종이로 알려진 김도 인기였다고 오래전 신문에서 읽었다.
COSTCO 매장에서 맛보라고 손님들에게 김 하나씩 줘서 받아 먹었다. 조그마한 조각 하나를 받아 먹고 간에 기별도 없는데 검은 종이 같은 김이 미국인 고객들은 맛이 좋았는지 신기했는지 반응이 좋았다.
메릴랜드로 가는 길에 애난데일 식당에 가서 먹으면 시간이 많이 걸려 먹기 좋은 김밥을 사서 차에 가면서 아내와 함께 먹으니 먹기도 좋고 맛도 좋고 배도 부르고 시간도 절약했다.
작년에 냉동김밥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놀라서 신문 TV에 나더니 250톤을 수입해와 한 달만에 다 팔았다 하고 계속 수입해서 판다고 한다. 유럽으로 수출도 한단다. “미국사람들이 냉동김밥을 왜 좋아 하나?" 라는 분석 글이 신문에 가끔 나서 흥미롭게 읽는다.
한국에 무슨 음식이 세계화가 되겠나 했더니 김치에 이어 김밥도 있고 떡볶이도 있고 라면도 있고 자랑에 찬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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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우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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