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돌연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유럽연합(EU)이 바짝 긴장했다. EU는 미국의 결정을 군사적 의미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자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명확한 신호”라며 유럽 자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하자고 제안했다. 4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유럽의 자강(自强) 움직임은 빨라졌다.
■EU는 올해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위원장의 구상을 구체화한 총 8000억 유로(약 1272조 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채택했다. 이 계획의 핵심 정책은 무기 공동구매 대출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이다. 세이프는 EU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무기를 구매할 때 EU 예산으로 최대 1500억 유로를 지원하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압박과 러시아의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국방력 강화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대출금은 저리로 제공되며 최장 45년 안에 상환하면 된다. 무기 구매 시에는 제3국산 부품이 전체의 35%를 넘을 수 없는데, ‘바이 유러피언(유럽산 구매)’으로 유럽 방위산업의 재건을 도우면서 미국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담겼다.
■EU 집행위원회는 7월 30일 전체 회원국(27개)의 3분의 2에 달하는 18개국에서 총 1270억 유로 규모의 세이프 대출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언론들은 “세이프의 본격 가동은 냉전 이후 30여 년간의 군축 기조로 취약해진 유럽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신호탄”이라고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동맹 균열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주요국들이 자주 국방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중러 위협에 직면한 우리나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첨단 무기 체제 구축과 실전 훈련 반복 등으로 압도적인 힘을 갖춰야 평화와 자유를 지킬 수 있다.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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