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야스는 “면사나 모사로 신축성이 있고 촘촘하게 짠 천”(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다. 기계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땀을 잘 흡수해 양말, 내의에 많이 쓴다. ‘양말’ ‘편직물’을 뜻하는 스페인어 ‘Medias’, 포르투갈어 ‘Meias’가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속적삼을 대신한 서양식 속옷의 통칭이 됐다. 일제시대 평양을 중심으로 메리야스 직물 산업이 번성했고, 한국전쟁 이후엔 잘나가는 수출 상품이었다.
■20세기 할리우드 영화에선 메리야스만 입고 활보하는 젊은 남성이 종잡을 수 없는 청춘의 상징이었다.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7)의 말론 브란도, ‘이유 없는 반항’(1958)의 제임스 딘이 대표적. 메리야스 패션의 최고봉은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일 것이다. 그의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엔딩 신에서, 수많은 패러디물에서 그는 겨드랑이가 깊게 파인 메리야스 차림이다. 그의 자유분방한 패션은 주체할 수 없는 재능과 에너지로 해석되고는 했다. 한국엔 가수 나훈아가 있다. 지난해 은퇴 공연에 ‘난닝구’를 입고 나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과시했다.
■현실에서 메리야스는 남에게 보이는 것이 결례인 속옷일 뿐이다. 특히 취객 패션의 대명사다. 파출소에서 난동 부리는 사람, 행인에게 시비 거는 사람이 입고 있을 법한 옷. 맥락에 따라 폭력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메리야스만 입은 자기 사진을 여성 직원에게 보낸 것을 성추행으로 봤다. 어쩔 수 없이 메리야스를 일상복처럼 입고 지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선풍기도 없이 폭염을 견디는 쪽방촌 주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메리야스의 새로운 용처를 개발했다. 체포영장 집행 방해 수단으로 쓴 것. 내란 특검은 그가 “메리야스만 입은 상태로 바닥에 누워 계속 체포 거부의 뜻을 밝혔다”고 공개했다. 검사들이 포기하고 돌아가자 수의를 챙겨 입은 걸 보면, 전략이었던 셈이다.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군에 명령했던 그가 속옷을 방패 삼다니 어디까지 추락하려는 걸까. 특검이 다시 체포를 시도한다는데,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끌려 나오는 장면만은 보고 싶지 않다.
<최문선 /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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