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의 50번 도로 어느쯤인가에 예쁜 버스 스톱이 있다.
조그만 정사각형의 지붕에 두 사람이 앉을만한 나무 벤치 의자가 있고, 그 뒤로는 푸른 사철나무가 안정감 있게 심어져 있다. 벤치 의자 앞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 조그만 꽃밭도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른 정거장처럼 버스가 오는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지 않아도 버스가 오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아예 벤치 의자를 버스 오는 쪽으로 돌려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잔디밭 위 꽃들이 피어있는 이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 보는 이에게 평화로움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편하고 예쁜 버스 정거장을 처음 발견할 당시에는 노란 꽃이 먼저 봄을 알리는 약간 추운 이른 봄이었다. 간단하게 의자만 있는 것 보다 꽃밭이 있는 정거장을 처음 발견했을 때, 시크릿 가든이라도 발견한 듯 신기했다. 누가 이렇게 동화책 속에서 볼수 있을 것 같은 예쁜 버스 스톱을 디자인했을까? 분명 이 정거장을 설계한 사람은 창의적이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일 듯하다.
매달 앨러지 때문에 앨러지 전문의사를 방문하고 있다. 닥터 오피스 가는 길목에 있는 이 정거장, 이번에는 무슨 꽃이 피어있을까 생각하며 바라본다. 한 달에 한번 가는 앨러지 전문의사가 동생이다. 좋아하는 동생도 보고, 시크릿 가든도 볼 수 있어서 한시간 운전도 즐겁다.
하늘이 파랗고 청정한 날, 바람이 살짝 부는 날이면, 닥터 오피스 가는 길을 조금 더 일찍 서둘러 보아야겠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그 벤치에 앉아 한가로이 꽃밭의 바람 따라 날아온 호랑나비와 벌도 보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이런 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
김미정 두란노 문학회,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