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익 발생에 안 믿을 수 없어
▶ 암호화폐 지갑 앱 설치로 유도
▶ 수익 더 받으려면 보증금 선납
▶ AI 딥페이크로 영상 신분 속여

부동산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한 가사화폐 투자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로이터]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예전부터 오픈 하우스나 집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강도나 납치 등 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공간에서 에이전트를 타깃으로 하는 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연방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0명이 넘는 에이전트가 이른바 ‘돼지 도축’(Pig butchering)으로 불리는 가상화폐 사기에 연루돼 총 약 1,500만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도축’은 사기범이 피해자와 장기간 신뢰를 쌓은 뒤, 조작된 수익을 보여주며 점차 더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결국 전 재산을 투자하게 만든 후 잠적하는 수법이다. 부동산 매체 리얼터 매거진이 소개한 피해 사례와 예방 요령 등을 알아본다.
■ ‘MLS·부동산 웹사이트’에서 타깃 물색지난 6월 열린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 입법 회의’에서 에이전트 대상 디지털 사기 범죄가 심각한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마크 에드그렌 비밀경호국 분석관은 “에이전트들은 고액의 거래를 자주 처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기에 노출되기 쉽다”라며 “사기범들은 ‘MLS’(부동산 매물 데이터베이스)나 중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표적을 찾는다”라고 경고했다.
에이전트 대상 신종 가상화폐 사기는 처음에는 단순한 오발신 문자나 소셜미디어 메시지로 시작된다. 이후 사기범은 점차 친분을 쌓고, 가상화폐 투자에 능한 척하며 피해자를 조작된 가상화폐 플랫폼으로 유도한다. 사기극의 주된 목적은 피해자의 은행 계좌의 돈을 단계적으로 빼내는 것이다. 부동산 분야에서 가상화폐 사용이 점차 보편화되는 가운데, 가상화폐가 정부 보증이 없고 가격 변동성이 심해, 사기꾼들이 범죄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 사례#1: 실제 수익 인출하니 안 믿을 수 없어“처음엔 의심이 갔다. 그런데 실제로 수익을 인출해보니 욕심이 생겼다.” 테네시주 프랭클린에서 11년째 활동한 테리 래드클리프 에이전트는 최근 자신이 당한 가상화폐 투자 사기로 약 20만 달러를 날렸다. 증권 브로커를 자처한 한 남성이 고급 부동산 매물에 관심이 있다며 접근한 것이 시작이었다. 사기범이 제시한 구매 가격대는 300만 달러~500만 달러라며 암호화폐 자산 증명과 함께 관심있는 고급 매물 목록을 보냈다.
이렇게 연락된 지 2주 정도 지나자 사기범은 가상화폐 투자 이야기를 꺼냈고, 에이전트도 점차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에이전트는 결국 암호화폐 지갑 앱을 설치한 뒤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특정 웹사이트를 통해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우선 1,000달러만 투자했고, 두 달 사이 1만 달러까지 투자금을 늘렸다. 이 기간 수익 중 일부를 실제로 인출할 수 있어서 진짜 투자로 확신하기 시작했다.
“투자금에 상응하는 금액을 내가 매칭해주겠다”는 사기범의 제안에 에이전트는 무려 2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사기범은 플랫폼에서 25만 달러를 대출받아 투자하라고 권유했고, 에이전트는 이를 ‘주택담보대출’(HELOC)을 받아 상환했다. 대담해진 사기범은 해외 투자에 참여하라며, 블록체인 상에 동결된 210만 달러를 해제하려면 10%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고 종용했다.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에이전트는 투자 전문 지인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지인은 사기범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몇몇 숫자를 입력해 보더니 가짜라고 말하며, 사기에 당하는 거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에이전트는 사기범과 영상 통화도 여러 차례 했지만,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영상은 딥페이크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이 사건은 현재 수사당국에 의해 조사 중이다.
■ 사례#2: 매일 페이스타임 신뢰… 결과는 81만 달러 피해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히더 새뮤얼 에이전트도 최근 가상화폐 사기로 총 81만 5,000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사기범은 마치 에이전트가 소속된 중개업체에서 소개한 부유층 고객처럼 접근했고, 3주 동안 매일 페이스타임으로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았다. 심지어 사진도 무단으로 보내왔지만,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에이전트는 나중에 이 사기범이 딥페이크 영상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기범은 현금으로 주택 구매 의사를 보이며, 가격대로 250만 달러의 예산을 제시했다. 에이전트가 재력을 칭찬하자 사기범은 큰 돈을 마련할 투자 기회를 알려주겠다며 본격적인 사기극을 시작했다. 자신을 보수적인 투자자로 소개한 사기범은 우선 작은 규모로 투자를 시작하자며 앱을 다운받고 가상화폐 지갑을 열라고 제안했다.
에이전트는 마음에 회사 팀장에게 ‘고객’의 배경 조사를 의뢰했고, 두 사람 모두 ‘구매자’가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고 가격대도 문제없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원 확인 플랫폼인 ‘포어원’(FOREWARN)을 검색한 결과 이름과 전화번호가 일치하지 않는 점에서 의문을 품었지만, 아쉽게도 그 뒤로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보 불일치는 경고 신호로, 반드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투자는 500달러로 시작됐다. 3개월 후 약 25~30% 수익이 쌓인 것 같아 믿음이 강해졌다. 사기범은 에이전트의 가족에게도 투자 참여를 권했다. 결국 에이전트의 가족은 대출과 401(k) 퇴직연금 인출까지 동원해 총 81만 5,000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부모가 수익금 15만 달러 인출을 시도할 때, 사기범이 보증금 명목으로 1,000달러를 내라고 요구하자 사기임을 확신하고 지역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이 사건 역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기범들은 MLS나 에이전트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타깃을 물색한 뒤 고객으로 가장해 장기간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범행을 시작한다. [로이터]
■ ‘개인적·감정적’ 관계 파고들어세드릭 레이튼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돼지 도축형’ 신종 사기는 대부분 개인적, 감정적 관계를 앞세워 접근한다”라며 “가능하면 고객이나 투자자와의 사적 관계는 피하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에이전트의 본업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수익 창출이지, 남의 수익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조건은 항상 의심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진화하는 가상화폐 사기 예방을 위해 전문가들은 업계 차원의 정기적 교육과 검증 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부동산 에이전트들에게 다음 조치를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모든 신규 고객은 대면 미팅 우선 원칙 적용, ▲딥페이크 영상 감별 교육 수강, ▲투자 앱 다운로드 전 평점·리뷰 확인 및 조사 필수, ▲개인·회사 웹사이트에 경고 문구 삽입, ▲가상화폐 사기는 반드시 FBI IC3 및 비밀경호국에 신고 (CryptoFraud@usss.dhs.gov), ▲FOREWARN, Agent Alert Pro, Tether RE와 같은 도구를 일상 업무에 활용, ▲Breadcrumbs.app, Arkham Intelligence, Chainabuse 같은 블록체인 추적 도구로 사전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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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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