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딸기가 가득 차 있는 바구니 옆에는 복숭아 한 개와 체리 두 개 그리고 흰 카네이션과 물 한 잔이 놓여 있다. 18세기 프랑스 화단에서 풍속화의 거장이자 섬세한 초상화가로 유명했던 시메옹 샤르댕의 작품이다. ‘딸기 바구니’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1761년 파리 루브르궁에서 열린 살롱전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18세기 프랑스 미술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이미지가 됐다. 2022년에 열린 파리 아트큐리얼 경매에서 낙찰된 이 그림의 가격은 2240만 유로(약 390억 원)다.
샤르댕의 작품 중 유일하게 딸기가 등장하는 이 그림은 시적 우아함을 지닌 정물화로 평가받는다. 세로 38㎝, 가로 46㎝의 이 작은 정물화가 지닌 매력은 정지된 시간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화면 구성과 세부 묘사를 제거한 극도의 단순함은 일상의 고요한 순간을 재현하는 듯하다. 샤르댕은 1년에 평균 네 점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계절적 리듬을 기반으로 작업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1761년 초여름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이유에서 이 그림 속 모든 요소들은 시간적 통일성을 지닌다. 이들은 모두 6월과 7월께 파리 주변에서 익고 피는 과일과 꽃이며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는 공기도 초여름의 습기와 열기를 머금고 있다. 여름의 더위로 인해 시간이 정지돼 있는 듯한 느낌을 시각화하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으며 이 점은 빛과 색채를 다루는 그의 섬세한 기법에 따라 매우 성공적으로 구현됐다. 특히 물잔을 통해 확산되는 빛의 투명성과 붉은 딸기와 흰색 카네이션이 자아내는 명료한 색채 조화는 물질로 구성된 정물화 화면에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 이 작품은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2022년 경매 직후 프랑스 정부는 이 작품을 국가유산으로 분류해 해외 반출을 제한했다. 그사이 루브르박물관 측은 구입비 마련 대국민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고, 단 몇 달 만에 작품가를 초과하는 기금을 마련했다. 프랑스 국립박물관 소장품 구입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사례다.
<신상철 /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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