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도널드덕·백설공주·신데렐라·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겨울왕국,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어벤져스, 스타워즈. 세계 최대 규모의 캐릭터와 스토리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디즈니의 자산이다. 여기에 폭스사를 인수해 아바타·엑스맨·심슨가족도 디즈니 소유다.
디즈니는 자사의 캐릭터를 강력하게 관리하는 걸로 유명하다. 1989년 디즈니가 플로리다 주의 어린이집 세 곳에 법적조치를 예고하며 경고장을 보냈다. 어린이집 벽에 미키마우스·도널드덕·구피 등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졌다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디즈니와의 공식 관계로 오해할 수 있어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거다. 위협에 가까운 통보에 어린이집 세 곳 모두 즉각 벽화를 제거했다.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디즈니가 자사의 캐릭터 관리를 어떤 수준으로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어린이집 벽에 미키마우스 그린 거까지 트집이냐는 비난도 들었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디즈니는 자사 캐릭터 저작권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플랫폼을 상대로 무단 사용금지, 손해배상 청구, 법적 대응을 이어왔다.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에는 저작물 1건당 2억 원씩 150여 작품에 대해 손해배상 및 침해 금지 명령을 청구했다. 중국 AI 기업 미니맥스를 상대로는 유니버설·워너브러더스와 함께 공동소송에 나섰다. 메타와 캐릭터.ai, 제미나이를 비롯한 구글 AI에도 저작권 침해 중단 요구 경고장을 날렸다. 디즈니의 허가 없이 자사의 저작물을 생성형 AI 학습 자료로 쓰고 AI 서비스로 디즈니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어 배포했다는 것이다
캐릭터 보호를 위해 소송을 불사하며 강력하게 대응해온 디즈니가 며칠 전 생성형 AI의 대표격인 오픈AI와 역사적인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오픈AI에 10억 달러의 지분을 투자하고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자사의 200여 개 캐릭터를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다. 크리에이터들은 ‘소라’로 디즈니 캐릭터를 합법적으로 사용해 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 자사의 동영상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소라’로 만들어진 일반인 작품 중 좋은 걸 골라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의 최고경영자는 오픈 AI와의 협력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생성형 AI로 스토리텔링을 확장하는 것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의 자사 캐릭터 사용을 금지하는 일련의 조치에서 급선회하며 적과의 동침에 들어가는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특정 영역에서는 협력하면서도 다른 영역에서는 경쟁하는 ‘코오피티션(coopetition)’ 전략이다. 디즈니가 생성형 AI 플랫폼에 모두 소송으로만 대응할 수도 없고, AI 기술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홀로서기는 위태롭다. 적과의 동침을 불사하고 협력하며 경쟁할 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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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KAIST 문술미래전략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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