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후속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에 한국과 일본의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최대한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측이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는 미일이 합의한 형태로 집행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 본부장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해 미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전반적인 협상 상황과 함께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여 본부장은 관세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15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에 이어 미국을 찾았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잇따라 미국과 접촉했음에도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것은 대미 투자 패키지 집행 방식을 두고 양측의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과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집행 방안을 먼저 합의했는데 이 같은 방식을 한국에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원할 때 원하는 사업을 지정하면 계약 상대방이 45일 내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이다. 이때 투자 초반에는 양측이 이익을 절반씩 가져가지만 원금 회수가 마무리되면 미국이 이익의 90%를 차지한다. 계약 내용이 미국에 너무 유리한 탓에 일본 내에서도 불공평한 계약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일본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상호관세 인하에 더해 자동차 관세도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는 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한국은 7월 말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15%를 약속받았지만 세부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아직 25%의 관세를 내는 상황이다.
정부는 관세 인하가 급하다 해도 이 같은 내용의 협상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500억 달러를 미국이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조달하는 것은 한국의 외환시장이 버티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국 측은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본부장은 “일본과 한국이 다르다는 점을 여러 가지 객관적 자료와 분석을 제시해가며 최대한 설득하는 중”이라며 “자동차 관세에 대한 심각성을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주력 경쟁국인 일본·유럽에 비해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협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자동차 업계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매달 3000억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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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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